6일 정오부터 광주시 광산구 카페 홀더 광산구청점에서 열린 개점 10돌 기념행사가 끝난 뒤 민형배 국회의원과 임은정 검사가 하루 명예 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카페 홀더 제공
“아메리카노 두잔이요?”
6일 오전 11시 광주 광산구청 들머리 카페 홀더 광산구청점에서 비장애인 직원이 고객의 주문을 받아 수화로 동료들에게 알렸다. 카페 홀더는 2005년 처음 제기된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의 성폭행 사건으로 피해를 본 청각장애인 생존자들의 자립을 위해 마련한 일터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는 두차례의 자선 음악회를 열어 모은 기금으로 2011년 12월 광주도시철도공사 청사에 1호점을 개점한 뒤, 2013년 3월 광주광산구청점을 열었다. 카페 홀더에선 인화학교 출신 청각장애인 7명과 비장애인 직원 3명 등 10명이 일하고 있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이후 청각장애인 피해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든 카페 홀더 광산구청점 매니저 오명근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이 6일 아침 기념행사를 준비하기 전 사진을 찍었다. 정대하 기자
이날 카페 홀더 광산구청점 앞에서 10돌 기념행사가 열렸다. 광산구청점 매니저인 청각장애인 오명근(30)씨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벌써 카페 홀더 광산구청점 오픈한 지 10년 되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올해부터는 광산구청점 매니저로 일하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시민들과 구청 직원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을 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카페 홀더 점장인 김용목 ‘실로암’ 대표는 이날 하루 명예 점장으로 민형배 국회의원(광주광산을)과 임은정 검사를 초청해 온라인 생중계 이야기 마당을 진행했다. 민 의원은 2013년 광산구청장으로 일하면서 카페 홀더 2호점 개점에 큰 역할을 했다. 임 검사는 2007년 상반기 광주지검 공판부에서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담당했다. 임 검사는 “인화학교 사건을 6개월간 공판을 맡으면서 현장검증 때 갔던 학교의 암울했던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며 “(검사적격 심사에서) 살아 돌아왔다. 이젠 맷집이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김용목 대표는 “임 검사는 엄청난 벽과 싸우던 당시 청각장애인들이 수어로 전달한 소리 없는 외침을 잘 들어주셨던 든든한 검사였다”고 말했다.
카페 홀더는 이날 민 의원과 임 검사, 공지영 작가, 엄용훈 삼거리픽쳐스 대표, 창비(출판사), 가수 박강수에게 ‘동행상’ 기념패를 수여했다.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2009)를 동명의 영화로 제작한 삼거리픽쳐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피해자 지원 기금으로 1억원을 후원했다. 공지영 작가와 창비는 각각 5천만원씩 1억원을 지원했다. 박강수는 인화학교 학생들의 아픔을 다룬 곡을 작사·작곡해 앨범을 만들어 기부했다. 임 검사는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메디치) 수익금 중 1천만원을 기부했다.
6일 정오 광주 광산구청 안 카페 홀더 광산구청점에서 열린 카페 홀더 10돌 기념식에서 임은정 검사와 민형배 국회의원, 김용목 실로암 대표 등이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소설과 영화 이후 경찰과 검찰은 인화학교 교직원 성폭력 사건을 재수사해 관련자들을 처벌했다. 또 장애인 여성과 아동 대상 성폭행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내용의 이른바 ‘도가니법’도 국회에서 통과됐다. 2011년 말 인화원과 인화학교가 폐쇄됐고, 2025년엔 그곳에 장애인인권기념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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