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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세월호 가족숙소에 날아든 전기·수도료 통지서

등록 2019-11-27 21:28수정 2019-11-28 02:31

유가족 고영환씨 “항만공사 위해 비워달라는 압박인 듯”
참사 뒤 처음으로 전기료 50만원, 수도료 9만원 부과해
예술인들이 최근 진도 팽목항의 가족숙소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벽화를 그리고 있다. 예술인행동 장 제공
예술인들이 최근 진도 팽목항의 가족숙소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벽화를 그리고 있다. 예술인행동 장 제공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가족숙소에 전기료와 수도료를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들면서 유가족이 불안해하고 있다.

팽목 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국민대책위원회는 27일 “팽목항 가족숙소를 홀로 지키는 세월호 유가족 고영환(53·단원고생 고우재군의 부친)씨한테 단수를 하겠다는 예고문과 전기료를 독촉하는 통지서가 잇따라 날아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진도항 공사에 속도를 내려고 전방위로 압박한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5년 동안 지원하던 전기료와 수도료를 유가족한테 떠넘기는 배경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도군의 상수도 업무를 위탁받은 수자원공사 진도관리단은 지난 11일 9~10월분 수도료 9만620원을 내지 않으면 단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한전 진도지사도 지난달부터 네 차례 방문해 10월분 전기료 50만8910원을 내라고 통지했다. 두 기관은 공과금 부과가 동시에 이뤄진 것은 우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가족 고씨는 “방침이 갑자기 달라진 이유를 알 수 없다. 가족숙소 부근 매립공사가 끝나자 철거를 재촉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팽목항은 유가족뿐 아니라 국민의 공간인 만큼 기록관을 만들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오는 30일 뜬금없는 공과금 부과에 항의하고, 기록관 건립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광주시민상주모임과 세월호 진도군민연대 등은 이날 임회면 농협~팽목항 숙소 10㎞ 구간에서 기억순례를 진행한 뒤 가족숙소 컨테이너에 벽화를 그리기로 했다.

전남도는 2020년까지 384억원을 들여 진도항 개발공사를 진행 중이고, 현재 공정은 75%에 이르렀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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