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5·18 북한 특수군 침투 증거로 제시한 사진. 지씨가 제71광수로 지목하며 황장엽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씨다. 5·18기념재단 제공
‘광주 민주화운동 참가자들은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공작원이었다’고 주장해왔던 예비역 육군 대령 지만원(78)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5·18 민주화운동 폄훼·왜곡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5·18기념재단은 “5·18 왜곡·폄훼에 앞장서온 지만원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시스템클럽’에서 광주시민을 북한 특수군(광수)으로 지목한 ‘광수 시리즈’를 삭제한 것을 최근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5·18기념재단은 삭제한 게시글이 모두 1000여건에 이르고, 삭제 시점은 지난해 10월 전후라고 설명했다. 게시글이 삭제된 때는 대법원이 ‘광수 시리즈’와 관련해 지씨에게 명예훼손 손해배상금 지급 판결을 확정(2019년 9월26일)한 직후다.
앞서 지씨는 2015년 7월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시민의 얼굴 사진과 북한군 고위직 등 사진을 비교하며 5·18 당시 광주에 북한군이 침투했다는 내용을 ‘시스템클럽’ 홈페이지와 인터넷 언론 <뉴스타운>에 게재했다. 또 이런 내용이 담긴 <뉴스타운> 호외 30만부를 광주시청과 전남도청 앞, 서울, 대구 등지에서 배포했다. 2017년 2월에는 수첩 크기 미니 화보도 발간해 배포했다. 이에 사진의 실제 주인공인 5·18 유공자들과 5·18단체는 2016년 3월과 2017년 6월 두차례에 걸쳐 지씨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8년 12월과 2019년 9월 지씨가 원고들 14명과 9명에게 8200만원과 9500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씨는 지난해 5월22일 이자를 포함한 1차 배상금 1억800만원을, 10월1일 이자를 포함한 2차 배상금 1억1400만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했다. 5·18기념재단 쪽은 지씨가 상당한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 상황에서 추가 소송 제기를 우려해 게시글을 삭제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씨는 특정인을 북한군으로 지목한 글만 지웠을 뿐 북한군 투입설을 거둔 것은 아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글은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역사왜곡처벌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고백과증언센터 팀장은 “지씨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씨 못지않게 5·18과 호남 차별·비하 글들이 넘쳐났던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에도 최근 그동안 너무했다는 지적들이 올라오고 있다. 4일 ‘5·18 북한군 개입’ 관련 글에 “맨날 있지도 않았던 광수 같은 소리를 하니까 좌빨들에게 밀리는 것”(아이디 ‘평택○○○’)이라는 댓글이 달렸고, 지난달 19일에는 “민경욱 김진태 5·18 발언자… 진짜 우파의 암덩어리들이 그나마 이번에 처리됐음”(아이디 ‘문재○○○’)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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