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9일 5·18항쟁에 참여했던 김영화(왼쪽), 서환기씨가 1980년 5월21일 해남 우슬재 학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5·18민주유공자나주동지회 제공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당시 항쟁에 참여했거나 목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구술집이 잇따라 발간됐다.
5·18민주유공자나주동지회(나주동지회)는 <나주 오월민중항쟁 체험 구술집-5·18과 나주사람들>을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나주동지회는 지난해 6월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회원 28명과 당시 나주군청 공무원 5명, 예비군 중대장 1명, 나주경찰서 경찰관 1명 등 35명의 구술 채록을 진행했다. 대상자 면담은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 김양래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홍세현 전 5·18기록관 추진단장이 참여해 불확실한 기억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았다.
이번 구술집으로 인해 희생자들의 사망 당시 상황이 새롭게 확인됐다. 김영화(59), 서환기(59)씨는 “1980년 5월23일 새벽 5시께 시위 동향을 살펴보려 트럭을 타고 해남으로 갔는데 우슬재에서 김귀환 선배가 소변을 보려고 잠시 내렸다.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고 귀환 선배는 총을 맞아서 땅을 기며 고통스러워 하며 죽었다”고 증언했다.
고귀석(61)씨는 “21일 저녁 8시께 나주에서 시위대 버스를 타고 광주 백운동쯤 도착했는데 총격을 받았다. 버스를 몰던 친구 강복원이 죽었다. 복원이 어머니에게 소식을 전해드리니 몹시 통곡하셨다”고 밝혔다.
5·18기념재단이 발간한 첫 간호사 구술집 <5·18의 기억과 역사 10: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간호사 편> 표지.5·18기념재단 제공
면담 대상자들은 나주 금성파출소, 다시지서, 노안지서 등의 무기피탈 정황을 1980년 5월21일 오후로 일관되게 증언하며 광주시민이 먼저 총을 들었다는 신군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3명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5·18로 인해 나주시민들은 모두 10명이 죽고 24명이 구속된 것으로 집계됐다.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나주항쟁은 시민군의 무장 과정과 시위의 전남 서남부지역 확산을 설명해줄 수 있다. 이번 구술집은 왜곡된 기존의 공식자료 내용을 바로잡고 역사 공백을 메꿔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5·18기념재단은 5·18 당시 활약했던 간호사의 첫 구술 증언집 <5·18의 기억과 역사 10: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간호사 편>을 펴냈다. 책에는 광주기독병원(곽명자, 소연석, 안성례), 광주적십자병원(박미애, 이추), 전남대학교병원(노은옥, 손민자, 이진숙), 조선대학교병원(나순옥, 오경자) 등 4개 병원 간호사 10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밀려오는 환자를 수용하지 못해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치료했다”(곽명자), “적십자정신으로 다친 계엄군을 피신시키고 치료했다”(박미애) 등 당시 긴박했던 병원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5·18민주유공자나주동지회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제작한 구술집 <5·18과 나주사람들>.5·18민주유공자나주동지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