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진상규명국 조사1과장이 세월호 조타장치 모형을 활용한 시험을 재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조타장치의 솔레노이드(조타실의 명령을 선미에 달린 방향타로 전달하는 장치) 밸브 고착이 우현 급선회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낮다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의견이 나왔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조사 중인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신항에서 1년 반 동안 진행한 ‘조타장치 고장에 따른 전타(방향타를 최대로 돌리는 조종) 선회현상 검증시험’ 중간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사참위는 현장에서 세월호 선체의 조타장치를 축소해 만든 타기장치, 솔레노이드, 방향타(러더) 등을 가동하며 시험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는 침몰의 원인 중 선체 내인설의 근거였던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이 우현 급선회와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솔레노이드는 유압밸브를 열고 닫아 무게 5t에 이르는 방향타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다. 세월호에는 인천행과 제주행 타기장치가 따로 있고 이 타기장치 안에 솔레노이드 1개씩을 두고 있었다. 이 밸브의 고착이 우현 급선회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은 2·3심 법원과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등에서 제기됐다.
사참위는 “방향타가 침몰 전 우현 35도 전타가 된 뒤 나중에 좌현 8도로 바뀌었다는 것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항적과 구조 과정의 동영상 화면 등으로 확인된 사실”이라며 “육중한 방향타가 이렇게 전환된 과정을 모형으로 다양하게 시험했다”고 밝혔다.
시험은 솔레노이드 고착을 전제로 이뤄졌고, 우현 급선회와 좌현 되돌림이 가능한 조건은 두가지로 압축됐다. 하나는 밸브 고착으로 선체가 우현 급선회한 뒤 선원이 타기장치 1기를 멈추고 다른 1기를 가동시켜 좌현 8도로 돌린 경우다. 다른 하나는 조타수가 항해 중 우현 전타를 한 뒤 선체가 급선회하자 항로를 바로잡으려고 좌현 8도로 돌리는 경우다. 하지만 조타수와 항해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타기장치 전환이나 우현 35도 전타 등을 부인해왔다.
박병우 사참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은 “시험 결과로 보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우현 급선회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결론을 내기 위해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 시점과 선원들의 긴급행위나 우현 전타 여부 등을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화물 과적, 조타 미숙, 고박 불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침몰 원인을 두고 외부 충돌설, 선체 내인설 등이 다양하게 제기됐다. 사참위는 조타장치의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법원과 선조위의 견해를 검증하기 위해 시험을 해왔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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