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도령마루(옛 해태동산)에서 ‘도령마루 4·3유적지 추모공원’ 제막식이 28일 열렸다. 허호준 기자
“경찰이 제주농업학교 다니던 오빠를 조사할 게 있다며 데려갔는데 그 뒤로 소식이 없었어요. 나중에 도령마루 소나무밭에서 여남은 명이 총살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신들을 쌀가마니로 덮어놨는데, 어머니랑 내가 가서 오빠를 확인했어요. 몸에 아홉 군데나 총상 자국이 있었습니다.”
28일 오전 도령마루 4·3유적지 추모공간 제막식에서 유족 문덕숙(80)씨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갔다. 제주도는 이날 김성중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도령마루 희생자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시 서부공원 입구에서 ‘도령마루 4·3유적지’ 제막행사를 가졌다. 4·3 당시 소나무 숲이었던 도령마루는 초토화 시기인 1948년 11월부터 1949년 2월까지 당시 제주읍을 비롯한 도내 곳곳에서 끌려온 주민 80여명이 학살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28일 오전 제주시 도령마루에서 ‘도령마루 4·3유적지 추모공원’ 제막식이 열린 가운데 이곳에서 오빠를 잃은 문덕숙씨가 유족 소회를 밝히고 있다. 허호준 기자
도령마루 학살이 알려진 건 1979년 소설가 현기영의 단편소설 ‘도령마루의 까마귀’를 통해서였다. 2019년 4월엔 제주민예총이 이곳에서 ‘도령마루 4·3 해원상생굿’을 열어 학살자들의 넋을 달랬다.
추모공간에는 당시 학살된 이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이미지를 까마귀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그 위에는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아 원형 조형물을 설치했다. 한쪽에는 2019년 4월 제주민예총이 추모공간에서 300여m 떨어진 곳에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설치한 방사탑을 옮겨와 다시 세웠다. 제주작가회의는 도령마루 추모공간 제막식과 연계해 이날부터 다음달 31일까지 도령마루를 주제로 한 ‘무명에 싸매어 둔 울음을 풀어’ 기념 시화전을 현장에서 열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