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영남

기적의 광부 “자부심 갖고 삽시다”…기품 있는 손글씨 700자

등록 2022-11-11 16:21수정 2022-11-12 10:41

[전문] 감사로 가득 채운 퇴원 인사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만에 고립됐다가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62)씨가 11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사진은 퇴원 기자회견을 위해 박씨가 직접 작성한 감사 인사 글. 박정하씨 가족 제공, 연합뉴스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지난달 26일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만에 고립됐다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62)씨는 11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그는 퇴원 기자 회견을 위해 200자 원고지 3.5매 분량의 글을 썼다. 반듯하고 힘 있는 필체로 꾹꾹 눌러쓴 그의 글에는 ‘감사’라는 단어가 9차례 반복된다.

“지금 이 자리에 건강한 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고 시작한 글은 구조 작업에 나선 119구조대·군부대를 비롯해 병원, 자원봉사자 등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 건강한 모습으로 이곳을 나갑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계시는 동료 광부 여러분은 아직도 어두운 막장에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만에 고립됐다가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62)씨가 11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사진은 퇴원 기자회견을 위해 박씨가 직접 작성한 감사 인사 글. 박정하씨 가족 제공, 연합뉴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감사 인사를 마친 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전국의 광부들을 향했다. 박씨는 “부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정부와 각 관련 기관에 호소드립니다”며 “건실한 안전점검(과) 실태조사로 광부들이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는 작업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고 강조했다.

글은 오늘도 어두운 막장을 내려가는 동료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으로 전국에 광산 근로자 여러분,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룩한 산업전사입니다. 자부심을 갖고 일합시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씨가 11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이철우 경북지사로부터 커피믹스를 선물 받은 뒤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씨가 11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이철우 경북지사로부터 커피믹스를 선물 받은 뒤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하씨 감사 인사글 전문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자리에 건강한 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먼저 저의 구조를 위해 24시간 구조 작업을 해준 우리 광부 동료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현장을 직접 찾아와 구조를 돕고 인적 물적 자원을 적극 지원해주신 경상북도 도지사님을 비롯한 도민 여러분께도 감사 말씀 드립니다.

또 이 자리에 계신 언론인 여러분 저희들의 건강회복을 위해 애써주신 안동병원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구조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밖에서의 처절한 구조활동 얘기를 듣고 한 생명이라도 살리려 하는 그 진심이 저희 가슴 깊은 곳까지 느껴졌습니다.

애써주신 119구조대, 동부광산 보안 사무소. 시추작업을 위해 와주신 민간, 군부대 여러분 진심으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또 피해자 가족을 여러 면으로 챙겨주신 자원봉사자 및 각 기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전 건강한 모습으로 이곳을 나갑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계시는 동료 광부 여러분은 아직도 어두운 막장에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부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정부와 각 관련기관에게 호소드립니다. 건실한 안전점검 실태조사로 광부들이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는 작업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전국에 광산 근로자 여러분,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룩한 산업전사입니다.

자부심을 갖고 일합시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지금껏 울산바위로 홍보했는데’...‘천후산’ 어떤가요? 1.

‘지금껏 울산바위로 홍보했는데’...‘천후산’ 어떤가요?

“포항이 흔들렸다” 포스코제철소서 큰 불…5시간 만에 진화 2.

“포항이 흔들렸다” 포스코제철소서 큰 불…5시간 만에 진화

금성호, 고등어 너무 많이 잡았나…해경 “평소보다 3∼5배 추정” 3.

금성호, 고등어 너무 많이 잡았나…해경 “평소보다 3∼5배 추정”

‘창원의 명태균’은 왜 ‘김영선 공천’을 원했을까? 4.

‘창원의 명태균’은 왜 ‘김영선 공천’을 원했을까?

“실수로 월북할 수도” 3일째 ‘GPS 교란’ 시달린 연평도 어민들 5.

“실수로 월북할 수도” 3일째 ‘GPS 교란’ 시달린 연평도 어민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