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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마다 해고되는 경비원…70살 노조위원장도 사흘 전 ‘그만 나오라’

등록 2023-04-06 07:00수정 2023-04-06 16:40

대구 아파트경비원들
대구공동주택노동자협의회와 대구지역아파트용역노동조합이 지난달 29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회사 쪽과 첫 조정회의를 앞두고 피케팅을 하고 있다. 대구공동주택노동자협의회 제공
대구공동주택노동자협의회와 대구지역아파트용역노동조합이 지난달 29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회사 쪽과 첫 조정회의를 앞두고 피케팅을 하고 있다. 대구공동주택노동자협의회 제공

“6년 동안 6군데서 쫓겨났어요. 노조위원장도 계약만료 사흘 전에 ‘그만 나오라’고 통보받는데, 비조합원이나 다른 일반 조합원들은 오죽하겠습니까?”

5일 <한겨레>와 만난 경비노동자 서정대(70)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구공동주택노동자협의회 의장과 대구지역아파트용역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은 그는 지난달 29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처음으로 회사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경비원 부당해고 문제로 세차례 단체교섭을 요구했는데 회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결국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한 뒤에야 조정회의 자리에서 회사 쪽과 머리를 맞댈 수 있었다.

서씨는 지난해 12월 말 6개월 동안 일한 곳에서 해고된 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을 하고 한차례 재계약했는데, 계약 만료 사흘 전에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서씨에게 이런 일은 흔했다. 2017년 처음 경비 일을 시작한 뒤 6개 업체에서 일했는데, 모두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길게는 2년, 짧게는 3개월만 일한 곳도 있다. “재계약하지 않는다고 한달 전에 통보만 해줘도 양반입니다. 경비원 근로계약 자체가 그래요.”

서씨는 경비원으로 일한 지 6개월 만인 2017년 6월 대구지역아파트용역노동조합을 꾸렸다. 현재 조합원은 45명이다. 경비원에게 연차휴가를 보장하고, 1년을 일하면 퇴직금을 달라는 것이 노조의 첫 요구였다. 끈질긴 요구 끝에 미지급 연차 수당을 받아냈지만, 서씨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였다.

다른 조합원들의 해고를 막으려고 서씨가 스스로 일을 그만둔 적도 있다. 지난해 6월 서씨는 같은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10명을 노조에 가입시켰는데, 이를 뒤늦게 안 업체가 이들과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서씨는 결국 다른 조합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고 혼자서 사표를 썼다. 서씨는 “눈물을 머금고 나왔는데, 6개월 뒤에 다른 조합원들이 모두 해고됐다”고 허탈해했다.

서씨와 함께 노조에 가입했다가 2년 만에 해고 통보를 받은 경비원 김아무개(69)씨는 “우리가 징계를 받은 것도 아니고,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진 것도 아니다. 업무를 게을리한 것도 아니고, 해고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는데, 아무런 사전예고 없이 내쫓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개월 단위 근로계약의 제도적 맹점을 사쪽은 철저히 이용했던 것이다.

경비원노조의 핵심 요구는 임금 인상이 아니라 고용 안정이다. 서씨는 “첫 3개월은 수습기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이후엔 최소 1년은 고용을 보장해주었으면 한다. 지난달 서울 대치동에서 일어난 경비원 자살 사건도 단기 근로계약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참고 견디다 벌어진 일 아니냐”고 했다.

서씨와 동료 2명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낸 상태다.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3개월 단위 계약을 이어가다 계약 만료로 해고된 경비원이 낸 소송에서 경비원의 ‘계약갱신기대권’을 인정해 부당해고라고 판결한 바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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