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여성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8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서 텔레그램 ‘엔(n)번방’을 운영하며 성착취물을 만들어 올린 ‘갓갓’ 문형욱(25)씨 재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텔레그램 ‘엔(n)번방’을 운영하며 성착취물을 만들어 올린 ‘갓갓’ 문형욱(25)씨에게 징역 34년이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형사부(재판장 조순표)는 8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문씨에게 징역 34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정보통신망에 신상정보 공개 10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160시간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이나 여성 피해자를 물색한 뒤 경찰이나 홈페이지 관리자를 사칭해 노출 사진을 전송받고 가족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성착취물을 전송받았다. 수십명의 피해자를 노예 또는 게임 아이템 취급하며 변태적, 가학적 행위를 일삼고 인간의 존엄을 심각히 손상하는 반사회적 범죄를 저질러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앞서 문씨는 지난해 6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음란물제작·배포, 형법의 협박 등 12개 죄목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수사단계에서 9개 죄목이 적용됐는데, 송치 뒤 검찰에서 3개가 추가됐다. 문씨는 2017년 1월~2019년 7월 200여차례에 걸쳐 아동·청소년 20여명에게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도록 한 뒤 이를 건네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2019년 2월~지난해 1월 텔레그램 ‘엔번방’에 성착취 영상물 3천여개를 올린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결심공판에서 문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문씨는 검찰에 송치될 때 ‘범행 이유가 뭐냐’는 취재진 질문에 “잘못된 성 관념을 갖고 있던 것 같다”며 피해자들에 “죄송하다”고 말한 바 있다.
포항여성회 등 여성단체들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대구지법 안동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이 선고한 형량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들은 “이전과 달라진 판결에 대해 우리는 마냥 환영한다고 할 수 없다. 전국의 많은 디지털 성범죄 재판에서 재판부는 여전히 가해자의 사정을 중심으로 형량을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행동하고 바꿔 나갈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우리는 함께 힘을 모으고 피해자와 끝까지 연대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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