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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헌재로 달려가는 n번방 가해자들…‘재판지연 전략’으로 이용하나

등록 2023-07-03 07:00수정 2023-07-03 10:59

n번방에 분노하는 사람들 소속 회원들이 지난 2020년 5월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9번 출구와 10번 출구 사이에서 강남역부터 n번방까지 성폭력 규탄 이어 말하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n번방에 분노하는 사람들 소속 회원들이 지난 2020년 5월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9번 출구와 10번 출구 사이에서 강남역부터 n번방까지 성폭력 규탄 이어 말하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0년 9월 인터넷 사이트에 아동 성착취물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ㄱ씨는 재판부에 ‘아동 성착취물을 배포하면 징역 3년 이상에 처한다’는 규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3항)이 “일률적으로 과도한 처벌”이라며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2021년 6월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20년 ‘엔(n)번방’ 주범들 검거 뒤 국회에서 ‘엔(n)번방 재발방지법’이 통과된 뒤 처벌이 강화되자 디지털성범죄 가해자들이 잇따라 헌법소송을 내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2 검찰연감’을 보면, 디지털성범죄로 기소된 이들은 2017년 1743명에서 2018년 2056명, 2019년 2448명에 그쳤지만, 2020년 3249명, 2021년 3478명으로 2020년 이후 급증했다.

성취물이 공유된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소지한 혐의로 벌금형 700만원이 확정된 ㄴ씨는 공무원 임용에 제한(국가공무원법 33조 등)을 받게 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지난달 29일 헌재는 “아동 성착취물을 소지했다고 공무원 임용을 영구히 제한하는 건 과하다”며 ㄴ씨 손을 들어줬다. ‘엔번방’ 영상 구매자인 ㄷ씨는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25조1항)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이 직권으로 위헌심판을 제청해 헌재가 지난해 11월부터 심리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 가해자들이 헌법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디지털성범죄 특성상 증거관계가 명확해 일단 기소된 이상 처벌을 피하기 어렵고, 관련 법이 강화돼 높은 형량이 주로 선고되기 때문이다. 헌법소송 외에는 마땅한 재판전략이 없다는 뜻이다.

헌법 소송을 통해 형사 재판 일정을 늦춰보려는 뜻도 읽힌다. ‘엔번방’ 등의 사건은 사회적 공분이 컸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흘려보낸 뒤 판결 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박사방’ 조주빈씨는 지난해 9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추가 기소됐는데 국민참여재판을 거듭 신청하며 1심을 미뤄왔다. 최근 대법원이 조씨의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엔번방 사태 이후 시간이 흘렀고 재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을 가해자들이 알고 법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거로 보인다”며 “형사소송 절차상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재판지연 전략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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