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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l 창비(2017) 2020 도쿄올림픽이 폐막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사격에서 은메달을 딴 김민정 선수와 높이뛰기에서 4위를 한 우상혁 선수가 최선을 다하되 경기를 즐기는 태도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운동은 젬병이라 학창 시절 반 대표로 피구나 계주 선수조차 되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스포츠를 소재로 한 작품은 좋아한다.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어쨌든 기록이, 메달이 중요하지만 스포츠 문학에서 주제는 승리가 아니라 실패다. 대중성을 목표로 삼은 작품이 아니라면 대개 실패의 서사다. 누카가 미오의 <달리기의 맛>은 아예 주인공 마이에 소마가 부상을 당한 이후부터 시작한다. 전도유망했던 육상선수 소마는 수술 이후 재활훈련을 하고 다시 팀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달리기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엉뚱하게 학교 요리연구부를 기웃거리며 이사카 미야코에게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운다. 육상팀 후배들이 수군거리고, 역시 달리기 선수인 동생 하루마가 걱정을 한다. 오랫동안 해왔던 운동인데 잠시 쉬었다고 체중도 는다. 일본 작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연작소설 형태로 소마를 비롯해 동생 하루마, 친구 스케가와 료스케, 요리연구부의 이사카 미야코의 입장을 번갈아 들려주며 대체 어찌 된 건지 진실을 하나씩 드러낸다. 소마가 배우는 요리도 이야기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부상을 당했을 때 소마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지만 실은 다른 감정도 있었다. ‘달리기를 그만둘 이유가 생겼구나.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형인 소마는 지금껏 언제나 동생 앞에서 달렸지만 이제는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동생이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다. 곧 자신이 뒤쳐질 거라는 걸 짐작한다. 하지만 그냥 그만둘 수는 없다. 부상으로 핑곗거리가 생겼다. 십대가 되어 경쟁사회에 진입하면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야구나 달리기 선수가 아니라도 질 때가 이길 때보다 많다. 연륜이 쌓이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오는 후배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계속 달려야 하는 걸까. 방황하던 소마는 성적 부진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 못해 일반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대학 육상부에 들어가 다시 달린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왜 이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 그만둬야 할까’라고 자문하는 날이 많았다. 높이뛰기를 하면 기록이 말해주고 평범한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성적표를 받는다. <달리기의 맛>은 방황했을지언정 계속 달렸던, 그러나 결코 빛나는 육상선수가 되지 못한 소마의 이야기로 이 질문을 던진다. 더듬어 생각해보면 이 질문을 처음 자신에게 던졌던 때가 십대 시절이다. 처음이라 더 당황스럽고 처절하고 아팠다. 그러나 피해갈 수 없는 법이다. 십대건 성인이건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향해 같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이들에게 권한다. 청소년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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