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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냉이꽃 - 이기철

등록 2021-12-03 05:00수정 2021-12-03 09:25

저 작은 몸은 풍경을 만들지 못한다 풍경 속에 숨어 풍경의 세부가 된다 처음 태어난 땅이 낯설어 물음으로 흔들리는 영혼의 저 홑옷, 흰빛은 모든 빛을 다 돌아온 마지막 빛이다 그래서 쓰리고 아픈 빛 온몸이 입술인 저 무늬는 삼월의 모서리를 다 채우고도 남는다 꽃의 형식이 이리도 단순해 작은 이슬 한 방울에도 온몸이 젖는다 냉이꽃 이름은 꼭 한글로만 써야 한다 다른 말로 쓰려면 최빈국의 언어여야 한다 외로움은 그가 가진 전 재산이다 그의 가난에는 첨언할 내용이 없다

-이기철 시집 <영원 아래서 잠시>(민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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