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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오늘도 이 사람들을 멀찍이 바라본다

등록 2022-02-04 04:59수정 2022-02-04 10:02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살롱드북

책과 술. 이 두 가지는 완벽한 휴식을 제공하는 도구이자 때로는 피난처였다. 하지만 책과 술을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는 곳은 드물었다. ‘그럼 내가 만들자. 나 같은 사람들이 있겠지.’ 내가 원했듯이 청춘이 외로운 별처럼 촘촘한 이 도시에서, 그들에게 촉촉하게 살아 숨 쉬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2016년 봄, 살롱드북의 시작이다.

살롱드북에서는 독립출판과 인문학 서적들을 주로 취급한다. 작가들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장르의 독립출판물을 비롯해 살롱드북만의 감성으로 큐레이션 한 시, 소설, 에세이를 통해 텍스트가 주는 즐거움을 알리고 있다. 퇴근길에 들러 여유롭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심야시간까지 운영해왔는데, 현재는 아쉽게도 코로나 상황으로 영업시간이 줄었다. 샹그리아와 뱅쇼를 직접 만들고, 책과 어울리는 칵테일과 위스키, 맥주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와 차, 간단한 다과도 판매하다보니 주인장은 여유롭게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부족한 시간과 나의 빈틈을 채워주는 건 단연 손님들이다. 손님들은 살롱드북과 어울릴 책들을 골라 알려주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외부일정으로 문을 갑작스레 닫아야 하면 책방을 대신 봐주기도 한다. 그들은 간단한 칵테일은 스스로 만들어 마시고, 계산도 스스로 한다. 어느 겨울엔 손님들이 모여 기타 치고 노래하는 책방 콘서트도 열었다.

독서모임, 작가초청 북토크, 시 낭독회, 글쓰기모임 등 책과 관련한 모임은 물론 이상하고 재미있는 모임들도 많이 열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함께 모여 영화를 보는 심야극장, 1인가구들이 모여 삶을 나누는 1인분 살롱, 1인가구들을 위한 플리마켓, 대학축제 주점을 방불케 한 일일주막 등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해보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오프라인 행사는 거의 운영하지 않지만, 다시 함께할 시간들을 기대하며 행운동 골목을 지키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자리에 앉은 단골들에게 물었다. 살롱드북은 어떤 공간인가에 대해. 휴식이 되는 공간, 위로의 공간, 헐렁한 사장님과 틈을 메우는 손님들이 있는 공간…. 살롱드북을 이끄는 힘은 역시나 ‘사람’이다. 살롱드북이 밭이라고 하면 그 안에서 식물을 가꾸듯 삶의 일부를 가꾸고 쉬어가고 행복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도서를 구매하기 전에 자유롭게 책을 읽어도 되고, 가져온 책을 읽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자신이 주인이라 생각한다면 책 하나하나 소중히 대할 거라는 기꺼운 믿음으로 오늘도 사람들의 모습을 멀찍이 바라본다. 열 평 남짓한 공간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가 모여 무한의 공간으로 확대된다.

한 가지 더, 한겨레신문이 만들어준 감사한 인연이 있다. 2020년 6월 <한겨레>에 큼지막하게 실린 책방 기사를 보고 찾아온 사람과 지난해 늦가을에 가정을 꾸려 함께 책을 읽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다. 당신의 삶에도 살롱드북이 선물 같은 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글·사진 강명지 살롱드북 대표

살롱드북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231길 11

instagram.com/salon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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