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식으로 개조한 한옥에 배롱나무가 있는 마당을 품은 일일호일.
“건강책방이라고 해서 어려운 책만 있을 줄 알았는데, 재미있는 책이 많네요.”
일일호일 서가 앞에서 하루에 한 번은 꼭 듣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세대를 막론하고 가장 큰 관심사로 ‘건강’이 늘 꼽히는데, 왜 건강에 대한 책은 어렵고 재미없다 여겨질까요? 건강책방 ‘일일호일’은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매일매일 건강한 하루’라는 의미를 담은 일일호일(日日好日)은 헬스커뮤니케이션 회사 엔자임헬스가 운영하는 건강책방입니다. 다양한 채널에서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건강에 대한 생각을 발견하고 확장하는 텍스트로 책이 가진 가치는 유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일호일이 소개하는 건강책은 어떤 책일까요? 가장 큰 원칙은 ‘건강책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주제 측면에서는 ‘신체’라는 좁은 영역을 넘어, 몸과 마음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건강을 포함했습니다. 더 나아가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 그 삶의 터전인 지구와 환경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의 책을 통해, 건강의 의미를 확장해 소통하고자 했죠. 장르 역시 시와 소설, 만화, 그림책까지 두루 살폈습니다.
서울형책방 프로그램으로 건강마켓이 열린 일일호일 책방 전경.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저자 나종호 교수의 북토크.
책방지기의 역할도 중요해졌습니다. 잘 알려진 책보다는 일일호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책, 신·구간 관계없이 지금 우리 시대에 의미있는 책 한 권, 한 권을 소중하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일일호일이 선별한 100권의 건강책, 건강백서라고 부릅니다. ‘봄날의 우울증’, ‘번아웃과 건강한 휴식’, ‘한여름의 불면증’, ‘돌봄이 필요한 시대’ 등 지금의 건강 어젠다를 발굴하고, 책과 독자를 잇기 위한 북토크도 열고 있습니다. 햇살이 들어오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저자와 함께 참석자들의 내밀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웃음과 눈물이 넘치는 평일 오전 북토크 시간은 책방지기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일일호일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는 공간입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촌에 있는 자그마한 한옥책방이죠. 한옥을 개조한 현대식 공간이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지붕과 서까래가 보입니다. 좁은 건물을 확장하지 않고 마당을 두어, 앞마당에는 23년 된 감나무, 뒷마당에는 배롱나무를 정성껏 가꾸고 있습니다. 고요히 앉아 책을 읽고 나무와 서촌의 낮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툇마루는 책방지기의 추천 공간입니다. 또 일일호일은 서촌의 건강 사랑방을 지향합니다. 채소를 싫어하는 어린이들과 함께 농사에 대한 책을 읽고 채소타임캡슐(채소피클)을 만들기도 하고,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양상담이 진행되기도 하고, 진료실을 벗어난 의료진들의 눈높이 강의가 펼쳐집니다.
일일호일 건강교실에서 비건 요구르트를 만드는 모습.
2022년 5월 ‘우리는 식물을 돌보고 식물은 나를 돌본다’ 전시가 진행된 일일호일 서가.
매일 떠오르는 해를 모티브로 삼은 일일호일 간판.
아픈 몸을 경험한 환자들이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환우독서모임도 꾸준히 이루어집니다. 돌봄과 나이듦에 대한 책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 치유의 뜨개모임, 시각장애인 딸을 위한 점자책 만들기 모임 등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를 함께하는 ‘일일호친’(일일호일의 친구들)을 보면,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해진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합니다. 2024년에도 일일호일에서 책, 사람들을 이어가며, 우리 모두의 ‘매일매일 건강한 하루’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글·사진 김민정 일일호일 책방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