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사춘기는 어린이청소년문학서점으로 그림책, 동화, 청소년소설 그리고 여전히 사춘기인 ‘어른이’들을 위한 책을 판매하는 취향의 공간입니다. 어린이청소년문학을 좋아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대형서점 어린이책 코너는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위주로 구성돼 있고, 청소년소설은 서가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린이청소년문학을 소개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왔습니다. 어린이와 성인 등 연령별로 그림책·동화 모임, 그림책 만들기 수업, 신간 도서를 중심으로 한 작가와의 만남을 꾸준히 마련하였습니다. 이제는 아쉽게도 주로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책방 사춘기의 가장 큰 특색 중 하나는 그림책·일러스트를 기반으로 한 전시입니다. 매달 한가지 전시를 통해 책방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외관 유리창부터 내부 벽면까지 6평의 작은 공간을 하나의 테마로 채웁니다. 마치 한 권의 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이렇게 매달 새로운 공간이 꾸려지다 보니 책방은 동네 주민들에게도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주민들은 우스갯소리로 책방 덕분에 한 달이 지나갔다는 걸 깨닫는다고 말해주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책에 관심이 있거나 구매가 목적이 아니면 책방에 오기 어려웠는데, 전시를 통해 공간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니 훨씬 더 편하게 들어올 수 있다고도 합니다. 책방 입장이 쉬워지면서 좀 더 문화 공간적인 역할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제 이름보다 춘기 씨, 춘기 언니, 춘기 이모로 불리며 여러 인연을 맺고 있어요. 자주 드나드는 어린이들은 책방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전단지를 만들어주거나 공간을 꾸밀 작은 작품을 쓰고 그려줍니다.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고 읽는 풍경을 눈앞에서 보고, 용돈을 모아 직접 책을 사는 어린이를 만나는 것도 책방에서 느끼는 기쁨입니다. 가끔 언제까지 책방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지만 첫 마음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일 책방 앞을 지나면서 서점과 서점 주인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이웃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보이진 않아도 하루하루의 시간이 이렇게 책방에 쌓여 있습니다. 그런 소중한 순간들이 오늘도 책방을 열게 만드는 힘이겠지요.
책방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이름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사춘기’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떤 가능성을 지닌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방 사춘기가 경계를 허무는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사춘기를 맞이할 이들, 지금 사춘기를 겪는 이들, 여전히 사춘기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 누구나 사춘기의 마음이라면 함께할 수 있는 다정한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글·사진 유지현 책방 사춘기 운영자
👉 책방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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