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난 꿈은 가장자리가 가장 깊다
사는 일에 목을 걸고 맴을 돌다
국토의 맨 끝 가거도에 이르러
이웃 나라 닭 울음에 귀 기울이고 있는
녹섬 앞 둥구회집 평상에 앉아
검정 보리술로 목을 헹구면
박혀 있던 낚시미늘마저 따뜻해진다
밤 깊은 동개해변 찰랑거리는
둥근 달빛에 젖어 흠뻑
사는 일 흔적도 없이 지워져
남의 나라 남의 일이 될 즈음에야
새로워진 나를 만난다 스스로 깊어진
가장자리를 만난다 생무릎 꺾여
밀려나보지 않은 이들은 평생을 살아도
가거도에는 이르지 못하리
-시집 <광주의 푸가>(삶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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