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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다시 일어설 힘 주고받는 모두의 책방

등록 2022-03-25 05:00수정 2022-03-25 10:38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동네책방 숨

책방에 새 책이 들어오는 날이면 유독 설렙니다. 신간을 살펴볼 생각에 들뜨고, 살림 밑천처럼 마음이 든든해지기도 합니다. 서둘러 책장을 넘기다 보면 책방 업무는 저만치 미뤄두고 종일 책만 뒤적일 때도 있지요. 책방지기의 취향이나 관심사가 고스란히 반영된 책들을 엄선해서 들여놓고 주제별로 구분하여 정리하는 일은 작은 책방에서 무척 중요한 업무입니다.

동네책방 숨은 그렇게 책을 들이고 서가를 정리한 지 7년째가 되어 갑니다. 찾는 이들이 이젠 어느 정도 무리 지어 놓인 책들의 주제가 설명 없이도 보인다고 합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광주 5·18과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오월서가, 모두가 배우고 자라는 교육,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무너져가는 지구를 안타까워하며 생명 가득한 세상으로의 회복과 치유를 꿈꾸는 생태와 평화 등 동네책방 숨이 담고 있는 이야기 덩어리들입니다.

도서 유통이나 영업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면서도 책방을 열 때, 그저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 이런 것이고, 그러니 함께합시다’라는 마음을 책으로 표현해 보려고 했습니다.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니 뜻이 통하는 이들을 확인하고 싶었나 봅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겨 시작할 수 있었나 되짚어 보면, 책방을 열기 전부터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작은 마을도서관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역 사람들이 모여 뜻을 나누고 재미나고 의미 있는 일들을 펼쳐낸 작은도서관에서, 이웃을 만났고 살아가는 일에 격려를 받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으니까요.

그 덕분에 2015년 광주광역시 수완동, 먹자골목 뒤 한 귀퉁이에 작은 서점을 열 수 있었고 책방에 놓인 책의 주제도 자연스럽게 정해졌습니다. 책의 성질은 본디 공공을 위한 것이지요. 전국에 생기는 작은 책방들이 그 지역의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하듯, 동네책방 숨 역시 마을도서관에서 시작된 서점이다 보니 그러한 성격이 더욱 짙습니다. 도서관 공간을 활용한 ‘북스테이’를 이용하는 이들과 밤 깊도록 책을 매개로 인생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공정무역 유기농 원두로 커피를 내리며 건강하고도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말하기도 합니다. ‘책미리내’를 통해 책방 손님들이 서로 책을 선물하고 주고받도록 중개자가 되기도 합니다. 반 아이들을 데리고 책방 나들이를 온 담임선생님의 뿌듯함에 덩달아 어른 구실을 한 것 같은 자부심도 들고, 지역의 여러 모임에서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목록을 작성해 공유하고 책을 준비해 전달하기도 합니다. 부족하고 힘겨울 때도 있지만 우리 책방을 이어가게 하는 힘입니다.

동네책방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것의 표본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그래서 다시 일어설 힘을 주고받으며, 그저 책 몇 페이지 같이 읽을 뿐이지만 어느새 삶을 지지해 주는 말이 오가는, 언제까지고 모두의 책방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글·사진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동네책방 숨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로74번길 11-8

instagram.com/book_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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