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80/541/imgdb/original/2022/0407/20220407503786.jpg)
존 레이놀즈 가디너 지음, 에스더 그림, 천미나 옮김 l 책과콩나무(2020) 어린이는 동물이나 곤충에 비해 식물에 관심이 덜하다. 한 자리에 멈춰 서 있는 고요한 식물에게 눈길을 돌리려면 인생의 시간이 한참 더 필요하다. 어린이가 식물을 만나려면 그래서 어른이 필요하다. 새싹이 얼마나 보드라운지도 만져보고 다양한 봄꽃의 색깔을 살피고 꽃이 지고 맺는 열매를 직접 따보도록 이끄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식물을 만나는 일은 가장 가까이에서 자연의 경이를 느낄 수 있는 지혜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식물을 만난 후, 존 레이놀즈 가디너의 <광합성 소년> 같은 책을 읽어보면 더할 나위 없다. 존 레이놀즈 가디너는 <조금만, 조금만 더>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작가다.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400만부 이상이 팔렸고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이 작품으로 유명세를 얻은 가디너는 전업 작가가 아니라 엔지니어였다. 어린 시절에 책을 싫어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철자를 틀리게 쓸 정도로 문법이 엉망이었다. 뒤늦게 형의 권유로 작문 수업을 받고 처음 쓴 작품이 <조금만, 조금만 더>였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광합성 소년>이 탄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앨런은 과학 프로젝트에서 어떤 주제를 탐구해야 할까 고심한다. 그러다 ‘식물의 광합성을 인간에게 적용시키는 프로젝트’를 해보겠다고 마음먹는다. 물론 교사를 비롯해 부모에게도 비웃음만 산다. 오로지 할아버지만이 진지하게 앨런을 믿어주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에 관해 조언을 들려준다. 우선 앨런은 식물과 인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구분한다. 인간과 식물 모두 물, 이산화탄소, 햇빛을 사용하며, 단지 식물에게는 엽록소가, 인간에게는 적혈구가 있다. 둘의 결정적 차이는 마그네슘. 그렇다면 인간도 마그네슘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면 엽록소가 생기지 않을까. 만약 인간이 식물처럼 광합섭을 해서 영양분을 만들 수 있다면 전 지구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앨런의 과학 프로젝트가 터무니없다고 느껴지는가? 동화는 픽션이고 그럴듯한 거짓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인간의 상상은 종종 근미래에 실현되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을 즐기는 마음’이다. 할아버지는 앨런에게 “미치광이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워라.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라. 이상한 것들, 바보 같은 것들,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를 두려워 마라”라고 말해 준다. 작가가 어린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과학적 사고와 더불어 ‘광합성’이 어려운 독자에게 식물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신비를 생각해보게 이끄는 책이다. 책의 생김새는 저학년용으로 보이지만 중학년 이상에게 적합하다. 식물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는 초등 6학년에 배운다. 초등 고학년부터. 출판 칼럼니스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