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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굳이 책방을 찾는 사람들 덕분에

등록 2022-04-08 04:59수정 2022-04-08 09:46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책방시점
저는 강화 섬에서 책방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질문할 용기, 발견의 기쁨, 관점의 전환’을 주제로 책을 고르고 파는 일을 합니다. 2019년 봄에 책방의 첫 장을 펼쳤으니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책방을 시작할 때 ‘3년간 망하지만 말자’라는 다짐으로 했으니 참 다행입니다. 심지어 그중 꼬박 2년은 코로나와 함께였으니 저는 나름 유능한 책방지기 아닐까요?

좋아서 하는 책방 일인데 간간이 책방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걱정은 대개 이렇습니다. 1. 책방 해서 돈 벌기 힘들 텐데 왜 일을 선택했어요? 2. 도심에서도 어려운 책방을 시골 섬에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좋으니까요”라고 답했다면 요즘엔 “저 3년째 책방 안 망하고 잘 지내요”라며 웃어넘깁니다.

코로나, 모두에게 힘겨운 참으로 공평한 재난입니다. 책방도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독서모임, 저자와의 만남을 하지 못하고, 찾는 손님도 확연히 줄었습니다. 그사이 ‘애정’ 하는 많은 책방들이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근근이 이 시기를 보내며 책방을 하는 사람들의 모험과 낭만 못지않게 그런 책방들을 찾는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을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도심 가까운 곳이건 시골 섬이건 책방은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 덕분에 존재합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손쉽고 저렴하게 책을 살 수 있는데도 일부러 책방을 찾는 그런 사람들 말이죠. 여행을 하며 그 지역의 책방을 꼭 찾는 사람들, 책방에서는 뜻밖의 책을 만날 수 있다며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이유는 제각각이지만요. 그런 분이 많건 적건 한 분 한 분, 참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저희 책방은 퇴사 또는 이직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이 찾습니다. 이분들이 책에서 고민하는 부분에 대한 정답을 얻진 못하겠지만 작은 영감, 하나의 질문을 찾길 바라며 책을 엄선합니다. 타로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요. 강화도가 좋아 자주 여행 오는 분들께는 책방지기 몰래 혼자 알고 싶은 명소와 맛집을 혼신을 다해 소개합니다. 책을 이렇게 팔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참, 요즘엔 책방의 영업 담당 고양이 ‘쨍쨍이’를 보러 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사장이지만 책방을 먹여 살리는 건 이 친구 덕분이라는 생각에 극진히 모시고 있습니다.(만약 다음 생이 존재한다면 저는 사랑받는 책방 고양이가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책방은 분명 제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저는 이곳을 아끼고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습니다. 이분들 덕분에 힘겨운 시기를 잘 보냈고 앞으로도 잘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용기를 내봅니다. 요즘 제 바람은 하나입니다. 코로나가 끝나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빨리 오는 것입니다. 책은 잘 못 팔아도 한 번 온 분의 얼굴은 절대 잊지 않았는데 마스크 때문에 그게 어렵거든요. 일부러 이곳을 찾은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모두 기억에 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하루입니다.

강화/글·사진 책방시점 지기 돌김(안병일)

책방시점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413-25

seejum.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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