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그림책으로 산책가자!

등록 2022-05-06 04:59수정 2022-05-06 11:27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그림산책

“조금 실례될 수 있는데… 여기 자가인가요, 월세인가요?”

책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림책을 정말 좋아하신다는 두 분이 오셔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 서점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금방 없어져 버릴까 염려스러워 물어보신 거였다. 정말 오래오래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지금도 자주 들러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우리 책방은 관광지도, 번화가도 아닌 상권이 쇠퇴한 동네에 자리하고 있다. 모임을 열지 않으면 한 명도 다녀가지 않는 날들도 많다. 당연히 책방 수입만으로 운영될 수 없지만 다행히도 ‘그림산책’은 ‘행복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지역서점이며 문화공간이다. 목사인 남편은 항상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교회가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할 수 있는 게 무얼까 고민하며 우리 부부는 서울로 상경한 지 16년 만에, 나의 고향인 군산에 내려와 그림책 서점을 열었다. 15년 전부터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좋은 그림책을 만날 때마다 남편에게 소개해 주었기에 남편 역시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독서지도사가 되었다.

2021년 여름, 가장 뜨겁던 8월에 교회 청년 셋과 함께 땀을 쏟으며 인테리어도, 가구도 모두 직접 했다. 정말 산책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 인조잔디를 깔고, 캠핑존을 만들었다. 직접 만들었기에 더욱 소중한 공간이다. 책방에서 작게나마 전시회를 열고, 콘서트도 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없어 지칠 때도 있지만 우리만의 속도로 꾸준히 해 나가려 한다.

한 달 전부터 ‘그림책 읽어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림책을 읽고 그림책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데 매주 수요일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아이의 엄마가 “아이가 책에 관심이 너무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어보셨다. 어떤 책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지 추천해 주었다. 이 시간을 통해서 부모와 아이가 더욱 친밀해지고, 아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모임들이 생겨나면 좋겠다.

서울에 있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직접 고른 그림책을 사 주고 싶었는데 그때는 나 역시도 동네서점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가까이에 있는 대형서점에 가면 판매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이 들어 있는 책에만 아이들의 눈이 돌아갔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이 직접 책을 고르는 기쁨을 알고,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

자주 오는 아이 하나가 이곳을 “꿈꾸는 도서관”이라고 말했다. 책에 눈이 가지 않는 무분별한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림산책’이 꿈을 키워나가는 공간이 되길, 그림책을 통해 더 많은 세상을 만나고 꿈을 꾸며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아이들로 자라나길 소망한다.

​군산/글·사진 책방지기 이은진​

그림산책

전북 군산시 팔마로118

instagram.com/picturebook_walk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번잡한 일상 내려놓은 대도시의 매력 찾아…하루짜리 서울 여행 1.

번잡한 일상 내려놓은 대도시의 매력 찾아…하루짜리 서울 여행

검은 물살 타고 대마도 밀려 간 제주 사람들 2.

검은 물살 타고 대마도 밀려 간 제주 사람들

신라 맹꽁이의 1300년 전 미소를 보라..설연휴 박물관 나들이 전시 3.

신라 맹꽁이의 1300년 전 미소를 보라..설연휴 박물관 나들이 전시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4.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우주 생각하는 과학자도 세속에 붙들리네 [.txt] 5.

우주 생각하는 과학자도 세속에 붙들리네 [.txt]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