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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형제 앞에 오소리가 나타났다

등록 2022-07-29 05:01수정 2022-07-29 09:55

우리들의 오소리

앤서니 맥고완 지음, 안지원 옮김 l 봄의정원(2020)

앤서니 맥고완은 형제의 성장을 그린 시리즈 동화의 마지막 권 <우리들의 종달새>로 2020년 카네기상을 수상했다. 미국에 뉴베리상이 있다면 영국에는 카네기상이 있다. 둘 다 한 해 동안 출판된 어린이·청소년 문학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에 수여한다. 어떤 이야기인가 궁금해 수상작이지만 시리즈의 4권인 <우리들의 종달새>부터 읽었다. 니키와 케니 형제를 주인공으로 삼아 각 권마다 독립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니 읽는 데 무리는 없었다. 책은 한겨울 요크셔 지방의 황무지 무어에 산책을 나갔다 죽을 뻔한 형제의 모험을 담고 있었다.

4권을 읽고 나니 1권 <우리들의 오소리>를 읽고 싶어졌다. 서로를 굳게 의지하는 케니와 니키 형제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궁금했다. 동생 니키에게 밤새 온기를 불어넣어 준 강아지 티나의 사연도 알고 싶었다. 게다가 왜 시리즈에 포함된 동화는 하나같이 <우리들의 오소리>, <우리들의 떼까마귀>, <우리들의 강꼬치고기>, <우리들의 종달새>처럼 동물들의 이름을 붙였을까.

형인 케니는 학습 장애를 겪고 있다. 장애라는 말보다 ‘단순하다’는 표현이 케니를 잘 설명한다. 케니는 무언가를 계산하거나 남을 해코지하려는 마음 없이 언제나 “단순하고 행복”하다. 대신 니키는 동생이지만 여덟살 어린이처럼 행동하는 형을 돌봐야 했다. 우울증이 심해진 엄마가 집을 나가자 아빠는 의욕을 잃고 술에 의지한다. 집안의 시계가 멈춘 지 2년이 지났지만 아무도 배터리를 교환할 여유가 없다.

<우리들의 오소리>는 케니 형이 제즈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시작된다. 형이 새와 동물을 좋아하는 니키를 제즈보 무리가 오소리 굴을 무너뜨리는 현장에 데려간 것. 니키는 어미와 새끼 오소리가 몰래 도망치도록 돕지만 결국 늙은 오소리는 개와 싸우다 죽는다. 모두 가버린 후 니키는 새끼 오소리 한마리와 부상이 심해 버려진 개를 발견한다(이 녀석이 훗날 니키를 살린 강아지 티나다). 형제는 강아지를 돌보는 한편, 새끼 오소리를 무리로 돌려보내기 위해 오소리 굴을 찾으러 나선다.

동화에서 형제는 위험에 처한 동물을 보살핀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형제는 솔직히 누군가를 도와줄 처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오소리를, 떼까마귀를 돕는다. 그때마다 형제는 조금씩 달라진다. 동생인 케니는 오랫동안 오로지 형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냉담했다. 오소리와 강아지를 돌보며 달라진다. 술독에 빠져 살던 아빠 역시 다친 강아지 티나를 치료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낸다. 형제가 동물을 보살핀 덕에 둘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었다. 가장 약하고 어려운 존재를 돕는 일이 결국 자신을 돕는다는 이 역설을 깨닫는 순간,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초등 3~4학년.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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