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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바지

등록 2022-12-02 05:00수정 2022-12-02 09:21

바지를 펼쳐 놓는다

펼쳐 둘 것이 필요하다 바지여서 펼쳐 둔 것이 아니고
펼쳐 둘 것이 필요해서 바지를 펼쳐 둔다 바지가 아닌 것이 없어서 바지를 펼쳐 둔다
펼쳐 둘 것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많으면 많을수록
펼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어도 펼칠 수가 있다 펼쳐 놓으면 나는 펼친 것과 같아지고
나는 그것들과 눕는다
나는 그것들과 눕는다 나는 바지가 아닌 것들과 잠든다

나는 잠에 들 때 비로소 우연의 일치에서 벗어난다

-배시은 시집 <소공포>(민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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