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책인감 사장님이죠? 전에 ‘서점학교’ 수업을 듣고 얼마 전 책방을 열었는데,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카드 결제할 때 면세와 과세가 있던데 어떻게 구분하고 신고해야 할까요?
#장면2 : 책방에서 두 시인과 8명의 참가자가 글을 쓰고, 돌아가며 쓴 글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담아 이야기한다. 두 시인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칭찬하고, 북돋아 주자 참여자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고,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책인감’은 책방지기가 쓴 책 <동네책방 운영의 모든 것>으로, ‘책방 실무 강좌’로 책방지기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책방지기는 18년간 대기업에서 영업, 유통관리 업무를 했다. 자기계발, 경영·경제 서적을 주로 읽으며 조금씩 문학책도 읽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에서 소개한 작은 동네책방 이야기에 매료되어 동네책방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서울과 제주의 책방을 찾아가고, 지방에 갈 일이 있으면 그 지역 책방을 찾아다니곤 했다.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에 결국 책방을 연 것이다.
지난 5년간 책방지기로서 혹은 자영업자로서 많은 시도를 했다. 책과 전혀 상관없던 일을 해왔기에 처음에는 배우고 경험해보는 것에 집중했지만, 그 후에는 지속할 수 있는 책인감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마을신문에 책을 소개하고, 납품을 위해 도서관을 다니며 조사하고, 도서 유통을 분석하고, 세무신고를 직접 하며 경험한 것을 정리하고, 지원사업 기획서를 만들고, 인터뷰하고, 떨어지고, 선정되고, 정산하면서 이런 과정을 정리한 매뉴얼로 만들었다. 이를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아는 문학인이 없어서,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기획할 초기에는 오히려 색다른 기획을 하기도 했다. 그림 그리기, 밴드 공연, 연극·연출·영화·음악 전공자와 협업하는 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내 시인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책방에 어울리는 문학 프로그램의 비중이 늘어났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김은지, 이소연 시인이다. 2020년 심야책방에서 김은지 시인과 함께한 인연을 시작으로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상주작가’, ‘예술로_기획사업’, ‘인문 프로그램’ 등을 비롯한 ‘우리동네 책방배움터’, ‘지역서점 문화활동’에서 시인으로서, 강사로서, 진행자로서 두 사람과 함께하고 있다.
책인감에서 독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책방지기로서 조금은 부족하지만, 독서모임 운영자가 되고 싶기도 하다. 아직도 독서모임을 진행할 때 어색함이 있지만,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환경, 과학, 심리학 등)를 선정해서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좋은 책을 소개하는 작은 동네책방을 지속하고 싶다.
책인감은 책방지기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끊임없이 시도해가며, 지속이 가능한 동네책방을 만들기 위한 곳이다. 오늘 시도해보고, 내일은 또 다른 시도를 해보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글·사진 이철재 책인감 책방지기
책인감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 182길 63-1(공릉동)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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