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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초콜릿 한 입, 달콤쌉쌀한 한 줄의 문장

등록 2022-12-16 05:00수정 2022-12-16 10:40

우리 책방은요 | 초콜릿책방
초콜릿책방에서 ‘위태로운 북클럽’이 열리고 있는 모습.
초콜릿책방에서 ‘위태로운 북클럽’이 열리고 있는 모습.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 중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음식이 지겨워서 잘 먹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반전 없이 저는 초콜릿을 좋아합니다. 책방지기 중에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여지없이 책도 무척 좋아합니다. 둘 다 진심으로 좋아해서 ‘초콜릿책방’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둘 사이에 공통점이 많습니다. 마냥 달콤하지도 그저 씁쓸하지만도 않은 특성도 그렇고, 매우 취향을 탄다는 점도 그렇죠. 게다가 둘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기도 합니다. 독서를 할 때 핫초콜릿을 한잔 마시면 책의 내용이 더 농밀해지는 것 같은 마법 같은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초콜릿책방 외부 모습.
초콜릿책방 외부 모습.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냉철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결코 주류에 편입되기 힘든 취향의 대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책방이라서 책방지기의 심장은 계속 쪼그라들어 콩알처럼 되었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의 이름조차 ‘위태로운 북클럽’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모임을 하는데 누가 얼마나 올지 알 수 없는 모임이기 때문이죠. 모임원들의 추천을 받아서 미리 정해놓은 도서목록이 있는데, 그 책을 읽고 시간 맞춰서 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라서 당일에 어떤 조합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초콜릿책방에서 와인인문학 세미나가 열리는 모습.
초콜릿책방에서 와인인문학 세미나가 열리는 모습.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모임을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미리 계획 세우는 걸 싫어하고 즉흥적인 걸 좋아하는 제가 모임에 오시는 분들에게 제가 싫어하는 방식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만든 방식이라는 게 이유일 뿐이죠. ‘위태로운 북클럽’은 단 한 명이 오더라도 운영하는 방식으로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5년을 이어왔습니다. 단 한 번도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이 이 모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초콜릿책방 내부 모습.
초콜릿책방 내부 모습.

초콜릿책방이 만드는 잡지 ‘위북’.
초콜릿책방이 만드는 잡지 ‘위북’.

초콜릿책방에서 만들어 파는 초콜릿 제품들.
초콜릿책방에서 만들어 파는 초콜릿 제품들.

항상 위태롭기는 했지만 다른 책방들처럼 놀랍도록 다정한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다양한 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지원사업인 마을예술창작소 중 한 곳으로 선정되면서 잡지도 내고 다양한 문화 행사도 진행했습니다. 북토크도 하고 와인 세미나, 향수 강연, 성교육 강좌, 글쓰기, 그림 그리기, 안주 만들기, 초콜릿 만들기 클래스 등등 늘 그렇듯이 모임원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매우 즉흥적인 방식으로 정해서 말이죠.
초콜릿책방에서 요리 강연이 열리고 있는 모습.
초콜릿책방에서 요리 강연이 열리고 있는 모습.

때때로 ‘영맥데이’(영화 보면서 맥주 마시는 날) 번개도 있고, ‘내아소’(내 아이돌을 소개합니다)도 하고, 콜롬비아 특집 독서모임 같은 것도 합니다. 뭘 하든 파티는 잊지 않았습니다. 여기는 달콤쌉쌀한 책방이니까요. 초콜릿을 녹이고 굳히면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초콜릿책방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굳어 있던 서로의 세계를 녹여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켜준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함께 읽다 보면 우리가 함께 공감하는 것도 많지만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렇게 다른 것으로부터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기쁨을 알게 되곤 합니다. 그 기쁨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초콜릿책방에 모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초콜릿 한 입 물고, 달콤쌉쌀한 문장으로 서로의 마음을 녹이고 있습니다.

초콜릿책방 로고.
초콜릿책방 로고.

글·사진 이선경 책과 술, 초콜릿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책방지기

초콜릿책방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5길 46-11

www.instagram.com/chocobook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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