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보라 지음 l 창비 l 1만6000원 혹시라도 울음소리를 듣지 못할까봐 최대한 아이와 몸을 맞대고 자는 농인 부모의 세계란 어떤 것일까? 그것이 ‘다른’ 세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고통에 공감한다’며 되레 동정과 연민을 보내는, “단순하고 납작한 착각”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다름을 인식하는 것은 굳게 말뚝 박힌 ‘나’의 세계를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더 깊은 세계”를 만나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있다.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은 비장애 중심 사회에서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부모를 둔 ‘코다’ 정체성을 지닌 이길보라 감독·작가가 자신이 어떤 다큐멘터리 영화와 책 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는지 소개하는 책이다. 주로 장애, 코다, 디아스포라, 미등록이주민, 여성, ‘영 케어러’ 등 ‘정상’을 강요하는 주류에서 비켜난 정체성을 지닌 경험들에 대해 말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수용되고 포용되기보다 차별받고 거절당한 경험”이 많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단지 고통과 상실로만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지은이는 동물이 겪는 억압과 장애인이 겪는 억압을 교차적으로 사유하는 책 <짐을 끄는 짐승들>의 지은이 수나우라 테일러의 말을 새겨, 고통이 “우리 자신의 다른 경험들에 대한 부정을 뜻하지 않는다”고 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자기 서사의 주인이라는 사실이다. 다름 아래에서 다양한 정체성들이 공명한다. 지은이가 소개하는 논픽션들은 “나의 위치가 아닌 너의 위치에서, 어떻게 하면 다르게 생각하고 사유하고 행동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해준다. 결국 “이 모든 건 잘 듣고 말하고 보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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