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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살인을 막으려던 ‘트윗’이 불러온 미스터리 [책&생각]

등록 2023-02-10 05:01수정 2023-02-10 10:41

박현주의 장르문학 읽기

내 것이 아닌 잘못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l 블루홀6(2023)

하루에도 몇 번씩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보는 인터넷 세계에선 무료할 틈이 없다. 늘 어떤 형태의 논란이 일어나는 중이다. 대부분은 무관심하게 구경하지만, 가끔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이 있을 때는 한마디씩 얹기도 한다. 후에 사건이 내가 처음에 생각한 방향과는 다르게 진행되어도 큰 죄책감을 느끼진 않는다. 나는 원칙에 따라 “옳은” 말을 했을 뿐이고, 내가 잘못한 건 아니니까.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내 것이 아닌 잘못>의 시작이다. 올바른 인터넷 사용에 대한 토론 모임을 이끄는 대학생 스미요시 쇼마의 트위터 타임라인에 수상한 트윗이 흘러들어온다. 구독자도 적은 변방의 계정에서 살인 현장을 기록한 듯한 내용이 발견된 것이다. “글자대로 쓰레기 청소 완료. 첫 번째 때도 사진을 제대로 찍어둘걸. ‘서부유물먹지’로 가져갈지 말지는 아직 고민 중.” 스미요시는 이 수상한 트윗을 세상에 알리는 게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낀다. 천 명 정도 되는 그의 팔로워를 타고 퍼져나간 이 트윗은 폭발적 관심을 끌고 결국 트위터 계정 주인으로 50대의 직장인 야마가타 다이스케가 특정된다. 여론 재판으로 야마가타는 범인으로 확정되고 과격한 사람들이 그를 뒤쫓는다. 그리고 곧이어 두 번째 시신이 발견된다.

이 소설은 최근 사회 미스터리의 주요 소재인 인터넷상의 마녀사냥을 다루는 작품이다. 무고한 사람이 정식 수사 전에 이미 대중에게 범인으로 낙인찍히고 도주해야 하는 상황은 장르물에서 낯설지 않다. 하지만 긴박한 추격전, 계속 뒤집히는 반전, 나중에 밝혀지는 트릭의 충격이 생각할 틈 없이 이어지는 이 소설은 이 장르에서도 자신만의 위치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내 것이 아닌 잘못>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에는 현대 대중 여론에 대한 성찰이 들어 있다. 우리는 반드시 나쁜 의도로 남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올바른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한 정의감이 한 사람을 궁지로 몰아갈 땐 모른 체했다. 나는 그저 한마디 얹은 건데, 아니, 그저 퍼뜨리기만 한 건데, 잘못한 건 다른 사람이지 않나? 나쁜 건 가짜 뉴스를 만든 사람들 아닌가? 이 소설을 읽는다는 건 누군가의 불행에 나의 잘못이 과연 없었는지를 되돌아보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타인의 불행을 조장하고 외면하는 악의에만 초점을 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소설들,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문지원 옮김, 블루홀6),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남소현 옮김, 북플라자)에 이어 이 작품까지 쭉 읽으면 추리소설 장르의 충실한 독자이자 생산자로서 반성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인간의 악의를 기본값으로 놓고 세계를 바라봤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누군가 어떤 사건을 일으킬 때는 사악한 동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비밀 뒤에는 반드시 악한 의도가 있어야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사쿠라의 소설에는 인간성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무너뜨리는 결말이 늘 있다. 어떤 이는 선의로 행동한다. 남을 도우려 하고, 잘못을 돌이킨다. 이런 사실이 신선한 반전이 된다는 사실이 어찌 보면 서글프지만, 또 하나의 희망을 준다. 이 작가의 소설을 계속 읽게 되는 이유이다.

작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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