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도 없이 혼자 여기까지 왔니
여자가 물었다
호수를 들여다보면
수면에 돌을 던지고 싶어져서
김밥을 가져왔어요
나는 대답한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밥알을 조금씩 뜯어
물속에 던진다
동생은 잘 있고?
네
부모님은 건강하시지?
네
파문이 넓게 퍼지고
수면이 흔들리는 동안
가라앉는데 왜 떠오르는 것 같은지
묻지 못하고
개미를 눌러 죽이며
고개를 숙인다
다음엔 시내에서 보자
여자가 말한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주머니 속의 편지를 펼쳐보고 싶어서
간지러워
간지러워
전력으로 페달을 밟는다
백은선의 시집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문학동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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