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에서 내려와, 꼬마야. 나와 함께 걷자. 하늘에는 구름의 웃음. 하늘에는 무 無. 굽이치는 무. 흔들리는 잎사귀들. 미지근한 빗방울의 감촉. 기차의 지나감. 내 웃음의 지나감. 내려와 꼬마야. 하늘과 뒤섞이자. 나의 투구를 너에게 줄게. 나의 당나귀를 줄게. 하늘에는 영원. 나부끼는 바람의 길들. 나와 함께 걷자. 네 죽음은 거기 두고. 벚꽃 채찍을 줄게. 빗방울 박차를 줄게.
-서대경의 시집 ‘굴뚝의 기사’(현대문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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