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들이 18일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평화로 가는 좁은 회랑에 새긴 남북관계 30년
이제훈 지음 l 서해문집 l 2만3000원 한·미·일 3국이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공조를 강화하고, 기존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북한 비핵화’로 좁혀 북한과의 대화 여지를 축소시키는 등 한반도가 격랑의 시기를 맞았다. 시계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나아갈 길을 헤아리기 위해 그동안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을 되짚어볼 필요성이 커졌는데, 이 책은 이에 적합하다. 한겨레 통일외교 분야 담당 선임기자이자 북한학 박사인 지은이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남북관계사 주요 42개 장면을 ‘비대칭 탈냉전’이라는 관점으로 자세히 들여다본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공산권 해체 시기에 남한은 사회주의 진영인 소련(1990년)·중국(1992년)과 국교를 맺었지만, 북한은 자유주의 진영인 미국·일본과 수교하지 못하면서 남과 북이 비대칭적으로 탈냉전을 맞이했다. 지은이는 “미국은 북핵문제를 이유로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거부했고 북일수교를 가로막았다. 완전한 고립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낀 북은 위험천만한 ‘핵 게임’으로 활로를 열려 했다”고 북핵위기의 연원을 짚었다. 이후 30여년간 남북관계가 풀릴 듯하다가도 이내 얽혀버리며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데, 이 주요 배경에 비대칭 탈냉전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어 지은이는 한반도 냉전구조를 △남북 적대 △북미 적대 △군비 경쟁 △군사정전체제라는 4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고 밝힌다. 해법은 자연스럽게 △남북관계 개선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로의 전환으로 이어진다. 그는 이 4대 핵심과제는 ‘한반도임시군사정전체제’의 실질 당사자인 남·북·미·중 4자가 포괄적·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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