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타래에서 실을 뽑으며 노래를 부르곤 하셨다. 나는 그 노래를 기억해본다. 그러면 할머니는 지긋이 바라보시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간 실. 슬슬 풀려가는 실. 친친 감겨가는 실. 무언가 허술해졌고 그만큼 불룩해지고 할머니의 노래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저 옮겨갈 뿐. 그 얇고 가는 사이. 아가.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 같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창밖에는 늙은 나무가 있었고 그것은 아슬하게 서 있다. 가을이 되면 저 위태로운 각도의 잎들을 모두 벗고 중심의 방향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쯤. 그렇겠지. 그렇겠구나.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 같다. 그런 노래였나. 그래.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구나. 머리를 만져주는.
-유희경의 시, ‘문학과사회’ 가을호(14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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