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셀프
현재와 미래가 달라지는 놀라운 혁명
벤저민 하디 지음, 최은아 옮김 l 상상스퀘어(2023)
세상이 어수선하다. 장기화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의 화약고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전 세계가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르는 미래 상황에 대해 심각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시선을 멀리 두지 않고 당장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상황만 봐도 걱정은 점점 커져만 간다. 북한과의 대치 국면, 실종된 정치, 들썩이는 유가, 다시 치솟는 이자와 환율까지, 2023년 10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불안’과 ‘초조’다.
때마침 트렌드 예측의 시즌과 겹치면서, 서점 매대 위에는 다양한 미래예측서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줄여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미래를 궁금해하고, 현재보다 더 나아진 자신의 모습을 설계하기 위해 미래를 알고자 한다.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미래를 지배하고 싶은 욕망은 줄곧 미래예측서의 인기로 이어진다. 그래서 트렌드 산업은 ‘불안 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미래예측서 시장이 열렸다. 추석 연휴가 지나자마자 ‘트렌드 교과서’라고 불리는 ‘트렌드 코리아 2024’(미래의창)를 비롯해, ‘머니 트렌드 2024’(북모먼트), ‘라이프 트렌드 2024’(부키), ‘부동산 트렌드 2024’(와이즈맵) 등, 다양한 미래예측서들이 줄줄이 출간됐다. 제목에 ‘트렌드 2024’를 붙인 책들만 해도 벌써 10종이 넘었다. 마케팅 경쟁도 상당히 치열하다. 출판사마다 경쟁이 될 만한 책의 출간일을 주시하면서, 하루라도 먼저 책을 출간해 시장을 선점하려고 애쓰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매년 이렇게 연간 단위로 트렌드 서적이 출간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미래예측서에는 대개 ‘2030’ 또는 ‘2050’과 같은 제목이 들어간다. 10년 또는 30년 단위로 미래를 예측하면서 거시적인 변화를 조망하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 유독 눈에 띄는 미래예측서는 ‘퓨처 셀프’(상상스퀘어)다. 미래예측서 순위 경쟁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는 ‘트렌드 코리아 2024’가 출간되었는데도, 지난 8월 출간된 ‘퓨처 셀프’가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미래예측서라기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평범해 보이는 자기계발서 ‘퓨처 셀프’의 기세에 무라카미 하루키 신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문학동네)도 눌리는 상황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퓨처 셀프’를 출간한 상상스퀘어는 183만 구독자를 보유한 자기계발 유튜브 채널 ‘스터디언(STUDIAN)’을 운영한다. 2022년 3월 ‘체인지그라운드’에서 ‘스터디언’으로 이름을 변경한 홍보 플랫폼에서 출판사 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경영진들이 ‘퓨처 셀프’를 ‘최고의 책’ ‘인생 책’ ‘대한민국 필독서’라고 극찬하면서 홍보하고 있다. 대규모 독서 행사와 독서 토론 모임, 그리고 자기계발 단톡방을 통해 자연스럽게 릴레이 구매를 유도하고, 자기계발에 진심인 열혈 팬들은 응원 댓글을 올리며 서로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끈끈한 네트워크의 힘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래저래 힘이 빠져 있는 대다수의 출판사는 ‘퓨처 셀프’의 대단한 성공을 질투 섞인 부러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