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동 로마제국을 가다」
20년 경력 일간지 사진기자
사진 섭렵→현장 답사→글쓰기
장소마다 3단계 여행
중동·이탈리아까지 3부작 계획
사진 섭렵→현장 답사→글쓰기
장소마다 3단계 여행
중동·이탈리아까지 3부작 계획
책·인터뷰/‘최정동 로마제국을 가다’ 쓴
최정동씨 “역사의 현장은 지식 없이 보면 허허벌판이나 돌무더기일 뿐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직하게 반영되는 곳이지요.” 그가 로마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인 1996년 로마 도심 포로 로마노에서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린 <로마인 이야기> 저자 시오노 나나미를 취재차 만나면서부터였다. 로마에 관한 책 읽기를 시작했고 한 권이 끝나면 다음 권으로, 또 다음권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외국원서들까지 포함해서 40여권을 읽었다. 야후나 구글도 무시로 드나들었다. 이렇게 독서와 자료수집을 한 다음 드디어 현장으로 간다. 이미 많은 지식과 상상으로 무장된 눈은 단순한 여행자의 그것일 수 없다. 그리고는 돌아와 한 차원 높아진 세계를 메모와 기억을 되새기며 글로 풀어 놓는다. 그는 이처럼 3단계로 완료되는 여행방식을 “한 장소에 대한 여행을 세 차례에 걸쳐 한다”는 말로 요약한다. 빠뜨릴 수 없는 건 그가 사진기자라는 사실이다. 좋은 사진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002년 가을에 먼저 그리스와 에게해로 갔다. 2004년 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2005년엔 독일과 프랑스, 영국을 돌았다. 그렇게 해서 ‘전선 게르마니아’와 ‘카이사르의 땅 갈리아’, ‘변경 브리타니아’, ‘보급기지 히스파니아’, ‘고향 그리스’를 다룬 <최정동 로마제국을 가다>(한길사)가 태어났다. 최정동(45)씨. 20년 경력의 일간지 베테랑 사진기자인 그가 돌아다닌 곳은 이탈리아 수도 로마가 아니라 ‘로마가도’로 이어진 광대한 고대 로마제국이다. 한번 떠날 때 일정은 10~15일 정도. “그리스 갈 땐 15년 근속휴가를 몽땅 털어넣었다. 나머진 연간 휴가들을 한꺼번에 털어서 갔다.” 베낭 메고 혼자 떠난다. 대상은 역사 등 인문쪽과 관련해 ‘의미있는 장소’들. “<태백산맥>을 읽었을 땐 끓어오른 열정으로 벌교에 가서 꼬막에 막걸리를 마시고 작품 현장의 모델이 된 무당집과 산도 둘러보며 며칠을 보내기도 했다.”
2천년 전인 서기 9년 초가을 게르마니아 숲속에서 푸블리우스 퀸틸리우스 바루스 사령관이 지휘하는 로마군 3개 군단이 현지 게르만족 유인작전에 걸려들어 궤멸당했다. 서양사 흐름을 바꿨다는 ‘바루스 전투’다. 최씨는 처절한 전투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피터 웰스)의 일절을 인용한 뒤 그 현장을 더듬는다. 시오노 나나미도 그 전투에 대해 썼지만 최씨는 전장 확인과 발굴 등 최근의 성과까지 포함해서 훨씬 생생하고 풍부한 정보들을 사진과 함께 제시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현장에 가보지 않은 것 같다.”
그냥 로마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카이사르가 살아 있던 기원전 1세기부터 5현제 시대까지 약 200~300년간의 전성기 로마가 탐구대상이다. 왜냐? “그때는 그리스·로마의 신들이 거의 위력을 잃었고 기독교의 힘은 아직 미미했다. 인류사상 특이하게도 그때가 신들이 아닌 인간이 주인이었던 시대다.”
첫 책은 취재팀의 일원으로 참가한 열하여행을 토대로 2년 전에 써낸 <연암 박지원과 열하를 가다>(푸른역사). 현장감을 살렸다는 평을 들었다. 문장도 모두 현재형으로 썼다. <로마제국을 가다>도 그 특장을 살렸다. “실제 가 본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깊이도 제법 있다고 자부한다.” “중·고교 시절의 견문, 추억 등 보고 들어 아는 모든 것들까지 총동원해 로마제국이라는 테두리 안에 하나로 꿰었다.” 단순한 여행감상이 아니라 “모든 지식과 경험이 녹아 있는” 인문학적 보고서라는 얘기다.
이 책에 이어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을 다룬 둘째권, 터키와 동유럽,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국수도 로마가 있는 이탈리아를 다룬 세째권, 해서 모두 3부작으로 로마제국 여행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1인칭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일대기를 팩션식으로 추적하는 여행기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양음악 이론, 17~18세기 문화 등을 공부할 생각인데, 그 과정 자체가 즐겁지 않겠는가.”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여행은 즐거워야 한다. “역사보다 여행이 먼저”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최정동씨 “역사의 현장은 지식 없이 보면 허허벌판이나 돌무더기일 뿐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직하게 반영되는 곳이지요.” 그가 로마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인 1996년 로마 도심 포로 로마노에서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린 <로마인 이야기> 저자 시오노 나나미를 취재차 만나면서부터였다. 로마에 관한 책 읽기를 시작했고 한 권이 끝나면 다음 권으로, 또 다음권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외국원서들까지 포함해서 40여권을 읽었다. 야후나 구글도 무시로 드나들었다. 이렇게 독서와 자료수집을 한 다음 드디어 현장으로 간다. 이미 많은 지식과 상상으로 무장된 눈은 단순한 여행자의 그것일 수 없다. 그리고는 돌아와 한 차원 높아진 세계를 메모와 기억을 되새기며 글로 풀어 놓는다. 그는 이처럼 3단계로 완료되는 여행방식을 “한 장소에 대한 여행을 세 차례에 걸쳐 한다”는 말로 요약한다. 빠뜨릴 수 없는 건 그가 사진기자라는 사실이다. 좋은 사진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002년 가을에 먼저 그리스와 에게해로 갔다. 2004년 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2005년엔 독일과 프랑스, 영국을 돌았다. 그렇게 해서 ‘전선 게르마니아’와 ‘카이사르의 땅 갈리아’, ‘변경 브리타니아’, ‘보급기지 히스파니아’, ‘고향 그리스’를 다룬 <최정동 로마제국을 가다>(한길사)가 태어났다. 최정동(45)씨. 20년 경력의 일간지 베테랑 사진기자인 그가 돌아다닌 곳은 이탈리아 수도 로마가 아니라 ‘로마가도’로 이어진 광대한 고대 로마제국이다. 한번 떠날 때 일정은 10~15일 정도. “그리스 갈 땐 15년 근속휴가를 몽땅 털어넣었다. 나머진 연간 휴가들을 한꺼번에 털어서 갔다.” 베낭 메고 혼자 떠난다. 대상은 역사 등 인문쪽과 관련해 ‘의미있는 장소’들. “<태백산맥>을 읽었을 땐 끓어오른 열정으로 벌교에 가서 꼬막에 막걸리를 마시고 작품 현장의 모델이 된 무당집과 산도 둘러보며 며칠을 보내기도 했다.”
스페인 이탈리카의 로마유적지 입구에 있는 트라야누스 황제 두상 앞에 있는 최정동씨. 이탈리카는 트라야누스 황제가 태어난 곳이다. 최정동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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