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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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시간에 영어 공부 하는 학생이 있다. 그럼 영어 시간에 영어를 공부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번에 거꾸로 국어 공부를 한다. 선생님들은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공부해서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야단치지지만, 딴전 피우기 식 공부법도 나름의 공부법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국사 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는 이런 엉뚱한 학생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 ‘엉뚱함’은 책 안으로 들어가면 ‘엉뚱함’보다는 ‘적실함’으로 다가온다. 마침 국사·세계사 통합 교육 바람도 불고 있다. 논술 시험에서도 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한 문제들이 출제된다. 2009년부터는 국사와 세계사가 아예 한 과목으로 합쳐진다고 한다. 국사 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는 어뚱한 일이 아니라 필수적인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재빠르게 포착한 〈국사 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는 시장에서도 꽤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출간 두 달 만에 2만 부가 팔렸다. 책을 만든 웅진주니어의 길유진씨는 “국사 시간에는 국사만 공부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두 과목의 공통점을 절묘하게 엮어서 독자들의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논술을 공부하는 중·고등학생이 가장 많이 사 보고, 역사 교사와 논술 교사도 참고용으로 읽는다”며 “역사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찾아 읽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독자 분포를 설명했다.
책은 첫 장에서부터 통합적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인돌과 이집트의 피라미드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신라의 삼국통일과 프랑크 왕국의 서유럽 통일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고려의 무신 정권과 일본의 무사 권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동유럽의 사회주의 붕괴는 한국의 아이엠에프(IMF) 위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이런 질문은 국사 책만 보아서는 해결할 수 없다. 세계사 책만 보아서도 해결할 수 없다. 국사와 세계사를 함께 알아야만 답을 찾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이전에 잘 몰랐던 우리 역사의 흐름이 더욱 선명하게 잡힐 것이다.”
이 책은 200쪽을 갓 넘긴 작은 분량의 지면에, ‘국가의 탄생’에서부터 ‘20세기 현대사’까지 요령 있게 정리해 넣었다. 그 짜임새 있는 틀 안에서 삼국시대의 불교와 인도불교를 비교하고, ‘탕평 군주 영·정조’와 ‘절대군주 루이 14세’를 비교한다. “16세기 이후 유럽에서는 넓은 시장을 필요 조건으로 하는 근대 경제가 성장하면서 지방 분권적인 봉건제와 충돌했다. 이 갈등을 힘으로 누르면서 사회 위에 군림한 것이 절대 왕정이었다. 18세기 조선에서도 당쟁이 심해지자 이를 억누르며 왕권을 강화한 왕들이 있었다. 동서양의 절대 권력자들, 이들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달랐을까?” 또 19세기 이후 근·현대사 국면에서는 ‘동학농민운동’과 ‘프랑스 혁명’을 비교하고 ‘3·1운동’과 ‘인도의 비폭력 저항’을 비교하며, 세계의 동서 냉전 구도 안에서 한반도의 남북 분단을 살피고, ‘한강의 기적’을 세계 경제 흐름 안에서 파악한다. 길유진씨는 “국사와 세계사를 서로 소통시키기 때문인지, 답답했던 부분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는 독자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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