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만 몰두해도 인생 바꿀 수 있다
〈몰입〉
황농문 지음/랜덤하우스·1만2천원 ‘나노’ 재료공학 교수의 7년 몰입 체험기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훈련·노력하면 가능
“느리되 깊고 즐거운 생각으로 행복 찾아라” 나해찰 씨는 괴롭다. 저녁 밥숟가락을 든 채 양말을 벗다 말고 ‘원더걸스’의 삼삼한 어깻짓을 곁눈질하다 그예 아내에게 퉁을 맞고 말았다. 직장에선 주말에 오를 월악산 설경이 자꾸 떠올라 보고서를 제때 못 넘겼다 과장에게 쇳소리를 한 바가지 들었던 터다. 퇴근길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진 펀드 수익률이 맴돌아 버스를 석 대나 놓치기도 했다. 한때는 ‘나야말로 21세기에 맞는 멀티형 인간 아니냐’며 뱃심도 부렸지만 다 부질없었다. 이름을 ‘해찰’이라 지어주신 부모님 원망만 왈칵 쏟아진다. 이것저것 집적거리는 행동거지가 이름 탓인 것만 같아서다. 나해찰 씨처럼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해 애를 먹고 발을 구른 경험이 누구에게든 있을 것이다. 갈수록 치열한 경쟁에 치이고 복닥거리면서도 ‘내 마음 나도 몰라’ 어쩌지 못하는 이들에게 <몰입>의 지은이 황농문 교수는 잘라 말한다. “의도적인 노력으로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가치관도 바뀔 수 있다.” 초인적인 운동처럼 보이는 마라톤도 적절한 훈련을 거쳐 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재료공학 교수인 그 자신 7년 동안의 몰입 체험을 거쳐 나노입자 이론의 어려움을 해결했다고 한다. 또 지난 6월에는 미분을 전혀 모르는 중학생 10명이 ‘뉴턴조차 고민하던 문제’를 풀어내는 실험을 한 방송에서 보이기도 했다. 댓바람에 ‘작심삼일’을 권하는 요량도 예사롭지 않다. 일단 3일이면 ‘초급 몰입’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이렇다. 첫쨋날, 해결이 절실한 문제(화두라 해도 좋다) 하나를 잡는다. 잡념을 털어내고 되도록 편한 자세로 앉는다. 명상을 한다고 여겨도 괜찮다. 기억하고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때마다 메모를 한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건 필수. 둘쨋날, 전날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지루할 땐 천천히 생각하려 애쓴다.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것만은 쉬지 않도록 한다. 1시간 가량 운동으로 땀을 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쨋날,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지는 때가 오면 몰입의 90%에 이른 것이다. 온몸의 힘을 빼고 명상하듯 생각을 밀고 나간다. 그러다 보면, 애초 잡았던 문제를 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 이 아이디어는 적어도 사흘 전의 것보다는 ‘개선된 해법’일 것이다. 만약 ‘3일 작전’의 결과가 신통치 않다면 책 속 실패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겠다. 자신의 집중력이 한 계단 올랐다고 느낀다면 이제 ‘하프 마라톤’을 견뎌낼 준비가 된 셈이다. 욕심이 나면 책장을 더 넘기며 ‘풀코스’ 도전 요령도 배워볼 수 있다.
직장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도 있다. 한번에 여러 일을 시키지 말고 하나에만 집중하도록 하며, 몰입의 천적은 간섭이므로 회의는 최대한 짧게 하라는 것은 공통사항. ‘사고의 방’을 만들어 그곳에서는 오직 생각만 하도록 돕거나 ‘사고 주간’을 따로 정하고 나아가 ‘몰입 전임자’까지 둘 것을 권하는 부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나 아이비엠(IBM), 쓰리엠(3M) 같은 일류기업들이 원용하고 있다니 그저 웃고 지나갈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은이의 계단식 몰입 처방에 동의하든 안 하든, 인생의 참 행복은 느리되 지속적이고 깊되 즐거운 생각을 두루 관통해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는 녹록지 않은 울림을 준다. ‘장밋빛 성공’에 대한 희망을 경박하게 불어넣는 처세·교훈서가 넘치는 출판 현실에선 더욱 그러하다. 몰입이 ‘자기 혁명’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지은이의 말에 수긍한다면 남은 일은 실천뿐이다. 지난달 한국을 다녀간 미하일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몰입의 즐거움>에서 말한바 “몰입의 뒤에 오는 행복감은 스스로 만든 것”이므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기도 하므로.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황농문 지음/랜덤하우스·1만2천원 ‘나노’ 재료공학 교수의 7년 몰입 체험기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훈련·노력하면 가능
“느리되 깊고 즐거운 생각으로 행복 찾아라” 나해찰 씨는 괴롭다. 저녁 밥숟가락을 든 채 양말을 벗다 말고 ‘원더걸스’의 삼삼한 어깻짓을 곁눈질하다 그예 아내에게 퉁을 맞고 말았다. 직장에선 주말에 오를 월악산 설경이 자꾸 떠올라 보고서를 제때 못 넘겼다 과장에게 쇳소리를 한 바가지 들었던 터다. 퇴근길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진 펀드 수익률이 맴돌아 버스를 석 대나 놓치기도 했다. 한때는 ‘나야말로 21세기에 맞는 멀티형 인간 아니냐’며 뱃심도 부렸지만 다 부질없었다. 이름을 ‘해찰’이라 지어주신 부모님 원망만 왈칵 쏟아진다. 이것저것 집적거리는 행동거지가 이름 탓인 것만 같아서다. 나해찰 씨처럼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해 애를 먹고 발을 구른 경험이 누구에게든 있을 것이다. 갈수록 치열한 경쟁에 치이고 복닥거리면서도 ‘내 마음 나도 몰라’ 어쩌지 못하는 이들에게 <몰입>의 지은이 황농문 교수는 잘라 말한다. “의도적인 노력으로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가치관도 바뀔 수 있다.” 초인적인 운동처럼 보이는 마라톤도 적절한 훈련을 거쳐 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재료공학 교수인 그 자신 7년 동안의 몰입 체험을 거쳐 나노입자 이론의 어려움을 해결했다고 한다. 또 지난 6월에는 미분을 전혀 모르는 중학생 10명이 ‘뉴턴조차 고민하던 문제’를 풀어내는 실험을 한 방송에서 보이기도 했다. 댓바람에 ‘작심삼일’을 권하는 요량도 예사롭지 않다. 일단 3일이면 ‘초급 몰입’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이렇다. 첫쨋날, 해결이 절실한 문제(화두라 해도 좋다) 하나를 잡는다. 잡념을 털어내고 되도록 편한 자세로 앉는다. 명상을 한다고 여겨도 괜찮다. 기억하고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때마다 메모를 한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건 필수. 둘쨋날, 전날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지루할 땐 천천히 생각하려 애쓴다.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것만은 쉬지 않도록 한다. 1시간 가량 운동으로 땀을 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쨋날,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지는 때가 오면 몰입의 90%에 이른 것이다. 온몸의 힘을 빼고 명상하듯 생각을 밀고 나간다. 그러다 보면, 애초 잡았던 문제를 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 이 아이디어는 적어도 사흘 전의 것보다는 ‘개선된 해법’일 것이다. 만약 ‘3일 작전’의 결과가 신통치 않다면 책 속 실패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겠다. 자신의 집중력이 한 계단 올랐다고 느낀다면 이제 ‘하프 마라톤’을 견뎌낼 준비가 된 셈이다. 욕심이 나면 책장을 더 넘기며 ‘풀코스’ 도전 요령도 배워볼 수 있다.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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