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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리 주변 산업 아이콘들 들여다보기

등록 2008-03-14 19:39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
폴커 알부스 외 지음·/미술문화·2만2000원

이 책의 ‘서언’을 보면, 메시지가 담긴 이미지를 뜻하는 아이콘은 기원 초기 비잔틴제국 황제가 제국의 변방에까지 보낸 황제의 초상화에서 유래한다. 비잔틴제국의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제국 초상화의 전통을 성화에 받아들인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인 아이콘 83가지는 비교적 오랫동안 사용된 일상생활용품 중심의 산업 아이콘이다.

1920년대의 산업 아이콘 중에는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1919년 설립한 바우하우스 출신의 작품이 적잖다. 이 조형학교가 배출한 디자이너들은 첨단 기술재료를 사용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산업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교훈’을 충실히 따른다. 빌헬름 바겐펠트와 카를 야코프 유커의 탁상 전등, 마리아네 브란트가 디자인한 다기 세트,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의자 등이 그런 예다. ‘국민의 라디오’(1933)는 바우하우스 디자인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그것이 품은 정서는 판이하다.

“그것은 이 라디오가 어리석은 이데올로기 권력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두 가지 결정적인 요소, 곧 독일인의 기술공학적인 재능과 강력한 공업의 힘으로부터 나온 승리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다. 라디오의 기능조차 이러한 이데올로기 권력에 의해 한 국가 전체의 사상과 욕망을 조정하는 공업적인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바우하우스 출신자의 공예품은 새로 지은 건축물에 걸맞게 만들어졌는데, 단순한 재료와 명쾌한 구조를 선호한 네덜란드 디자이너들의 작품 또한 바우하우스풍이다. 게리트 리트펠트의 팔걸이의자가 좋은 예다. 산업디자인은 생산 공정의 효율성과 상품의 꼴을 갖추기 위한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패션쇼에서 선보인 의상디자인과는 다르게 시제품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다.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20세기 산업 아이콘은 어딘지 눈에 익다. “생산된 적 없이 프로토타입으로 존재할 뿐”인 레이먼드 로위의 ‘연필깎이’(1933)부터 그렇다. 프로 미식축구 슈퍼볼 우승트로피 빈스롬바르디컵은 로위의 연필깎이를 빼닮았다. 번쩍거림과 운동감을 강조하는 유선형 디자인이 “프로이트적인 남성미와 관능미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아들 녀석이 갖고 있는 ‘시보레 코르벳’(1953)과 ‘미니 쿠퍼’(1959)는 중국산 장난감 소형 자동차다. 눈에 익은 산업 아이콘은 예상외로 오래전에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전철·지하철 노선표에도 쓰이는 직선형의 런던지하철 노선도는, 1931년 전기기사였던 해리 베크가 전기회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처음 디자인했다. 가정용 플라스틱 용기인 ‘터퍼웨어’(1946)와 ‘크리스털 볼펜’(1953)의 역사 또한 꽤 긴 편이다.

197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샘소나이트 가방’(1962)은 희귀상품이었다. 그런데 한국브리태니커 한창기 사장은 영업사원의 “가방은 샘소나이트 하드케이스를 어디서건 구해서 들게 했다.”(〈특집! 한창기〉 110쪽) 그는 대체 어디서 그 가방을 구했을까? 20세기의 대표적인 디자인 아이콘들은 산뜻한 볼거리다.

최성일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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