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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국정원이 진짜 ‘공공의 적’일 수 있다

등록 2013-10-27 20:02수정 2013-10-29 10:01

한승동 문화부 기자
한승동 문화부 기자
한승동의 독서무한

국정원을 말한다
신경민 지음
비타베아타 펴냄(2013)
며칠 전 <이비에스>(EBS) 국제다큐영화제 참가작품 <우리들의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색다른 각도로 재조명했지만, 미국 집권세력과 국가기관의 당시 횡포와 오만을 무색게 하는 일들이 불과 얼마 전 이 땅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됐음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일부 보수교회…. 그들은 혹시 지금을 1950~60년대 자유당 말기로 착각한 것인가.

그나마 1960년과 같은 비극적 파국 없이도 진실의 일단이 드러날 수 있게 된 걸 ‘1987년체제’, 즉 민주화의 덕으로 여기고 안도해야 하나. 아니면 이건 파국으로 가는 시작일 뿐인가?

<문화방송>(MBC) 앵커 출신 신경민 의원이 민주당의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으로 270일간 활동하며 확인한 사실을 <국정원을 말한다>는 책으로 정리했다. 책을 읽다가 눈에 확 들어온 게 국정원 비(B)실과 2차장 산하 정보수집·분석 부서인 국익전략실 부분이었다. 시선을 잡아끈 것은 ‘좌파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등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바로 그 조직의 이름, 즉 ‘국익전략실’이라는 단어였다. 저런 곳에 이런 단어를 쓸 수 있다니! 가능성은 두 가지. 그런 작업이 진심으로 국익을 위해 한 것이라고 확신할 때. 또 한 가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정치적 이익 등 특정 목적을 위해 ‘국익’을 사칭하는 것. 아무려면 국정원이 사칭이야 하겠는가. 그렇다면 확신 쪽일 텐데, 국정원 누리집엔 이런 글이 떠 있다.

“국가정보원은 국가안보와 국익증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입니다. 국가정보원 전 직원은 안보와 국익을 저해하는 어떠한 위협에도 대한민국이 세계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가안보, 국익증진, 세계일류국가…. 어지럽다. 국정원이 이를 위해, 또는 그런 명분을 내걸고 조직적으로 선거개입을 했다는 <국정원을 말한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결과적으로 국정원은 바로 그 안보와 국익을 결정적으로 해치고 나라를 세계하류국가로 만든 공적(公敵)일 수 있다. 지금 이 나라는 자신들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을 적으로 몰아가는 흑백이분법으로 공론을 양극화하고 지역감정까지 부채질해 봉합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무리들에 점령당하고 있다. 이로 인한 내부분열이야말로 안보와 국익의 최대 적이 아닌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을 적, 종북세력, 친북좌빨, 매국노로 싸잡아 제거함으로써 국론을 통일하겠다는 저급한 확신이야말로 국론분열 극대화의 진앙일 수 있다. 극단은 거기에 대항하는 또다른 극단을 부른다. 그리하여 사이버세계는 더는 공론의 장으로 기능할 수 없을 지경으로 더러워지고 대한민국은 분열됐다. 이건 누가 살고 죽는 게 아닌 공멸의 길이다. 그런 악폐를 걸러내고 순화하는 것이 국가기관의 임무일 텐데, 국정원식 신념은 거꾸로 가고 있다.

수십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로 판명된 인혁당사건 피해자들을 이미 지급한 배상금 반납 소송으로 두 번 죽이는 것도 그런 신념의 연장인가?

국민들이 함께 피땀 흘려 이룩한 나라의 발전을 오로지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의 은혜인 양 호도하면서 그들의 비리와 권력남용에 대한 비판을 모조리 ‘종북·좌빨’로 모는 이념공세로 그들의 독점과 부패와 무능을 정당화하려는 낡아빠진 정신구조. 이야말로 나라의 공적 아닌가?

한승동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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