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화요일의 두꺼비
러셀 에릭슨 글, 김종도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사계절 펴냄(1997, 개정판 2014) 모든 작가에게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자신의 책이 오랫동안 읽히는 게 아닐까. 그만큼 한권의 책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어린이책은 좋은 책으로 인정받으면 세대를 넘어 지속적으로 사랑받는다. 말하자면 어린이책은 스테디셀러의 천국이다. 여기에 제7차 교육과정 이후 초등 교과서에 권정생 등 현대 작가의 작품이 대거 수록되며, 교과서에 실리면 스테디셀러가 된다는 속설이 생겼다. 최근에는 그 정도가 심해져 부모들이 초등 교과서에 실린 책만 사는 부작용도 생겼지만 이래저래 교과서에 실리면 파급력이 크다. <화요일의 두꺼비>는 1997년 출간되어 십오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인생에도 곡절이 있듯 책의 수명도 영원한 건 아니라, 연간 3만부 가까이 팔리던 책은 조금씩 판매가 주춤하며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2009년 개정교육 과정으로 교과서가 바뀌며 <화요일의 두꺼비>가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단박에 35퍼센트 정도 판매부수가 늘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시리즈나 케네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처럼 이 책도 인간화한 동물이 주인공이다.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동물 이야기를 아이들이 워낙 반기고 좋아할 뿐 아니라 문체나 이야기의 전개 등이 따뜻하고 고전적인 요소가 많아 부모들도 즐기는 책이다. 아직 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가 직접 읽거나 부모들이 잠자리에서 읽어주기 알맞다. 모턴과 워턴은 두꺼비 형제다. 형인 모턴은 음식을, 동생 워턴은 정리정돈과 청소를 잘한다. 어느 겨울 형 모턴이 만든 맛있는 딱정벌레 과자를 먹던 워턴은 고모에게 과자를 가져다주겠다고 나선다. 이 추운 겨울, 겨울잠을 자야 할 두꺼비가 어떻게 먼 길을 무사히 갈 수 있겠느냐고 형이 말리지만 동생은 여러 벌의 옷과 스키를 준비하고 자신만만하게 길을 떠난다. 기다렸다는 듯 천적 올빼미가 나타나고 이를 피하려다 워턴은 발까지 다쳐 꼼짝없이 잡힌 신세가 된다. 올빼미는 여섯 밤이 지나 화요일이 되면 생일이라, 그날 워턴을 잡아먹을 예정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주의자 워턴은 지저분한 올빼미의 집을 청소하고, 차를 끓이고 이야기를 건넨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올빼미는 차츰 마음을 열고 워턴에게 “오늘 밤에도 차 끓일 거야? 어쩌면 나도 차 마실지 몰라”라며 그 시간을 기다린다. 물론 아직 두 사람이 친구가 되려면 많은 우여곡절이 남아 있지만.
동화는 천적관계인 두꺼비와 올빼미 사이에 우정이 가능할까 하는 물음표를 던져준다. 물론 가능하다. 단 올빼미 조지처럼 솔직하게 “친구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 만약 친구를 사귄다면 바로 너 같은 친구였으면 좋겠어”라고 고백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확실한 교훈을 남기려 애쓴 책치고 오래 살아남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세월이 흐른 후에도 독자가 여전히 새로운 메시지를 찾을 수 있는 책, 그런 책이 대개 스테디셀러가 된다. 초등 1~3학년.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러셀 에릭슨 글, 김종도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사계절 펴냄(1997, 개정판 2014) 모든 작가에게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자신의 책이 오랫동안 읽히는 게 아닐까. 그만큼 한권의 책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어린이책은 좋은 책으로 인정받으면 세대를 넘어 지속적으로 사랑받는다. 말하자면 어린이책은 스테디셀러의 천국이다. 여기에 제7차 교육과정 이후 초등 교과서에 권정생 등 현대 작가의 작품이 대거 수록되며, 교과서에 실리면 스테디셀러가 된다는 속설이 생겼다. 최근에는 그 정도가 심해져 부모들이 초등 교과서에 실린 책만 사는 부작용도 생겼지만 이래저래 교과서에 실리면 파급력이 크다. <화요일의 두꺼비>는 1997년 출간되어 십오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인생에도 곡절이 있듯 책의 수명도 영원한 건 아니라, 연간 3만부 가까이 팔리던 책은 조금씩 판매가 주춤하며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2009년 개정교육 과정으로 교과서가 바뀌며 <화요일의 두꺼비>가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단박에 35퍼센트 정도 판매부수가 늘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시리즈나 케네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처럼 이 책도 인간화한 동물이 주인공이다.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동물 이야기를 아이들이 워낙 반기고 좋아할 뿐 아니라 문체나 이야기의 전개 등이 따뜻하고 고전적인 요소가 많아 부모들도 즐기는 책이다. 아직 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가 직접 읽거나 부모들이 잠자리에서 읽어주기 알맞다. 모턴과 워턴은 두꺼비 형제다. 형인 모턴은 음식을, 동생 워턴은 정리정돈과 청소를 잘한다. 어느 겨울 형 모턴이 만든 맛있는 딱정벌레 과자를 먹던 워턴은 고모에게 과자를 가져다주겠다고 나선다. 이 추운 겨울, 겨울잠을 자야 할 두꺼비가 어떻게 먼 길을 무사히 갈 수 있겠느냐고 형이 말리지만 동생은 여러 벌의 옷과 스키를 준비하고 자신만만하게 길을 떠난다. 기다렸다는 듯 천적 올빼미가 나타나고 이를 피하려다 워턴은 발까지 다쳐 꼼짝없이 잡힌 신세가 된다. 올빼미는 여섯 밤이 지나 화요일이 되면 생일이라, 그날 워턴을 잡아먹을 예정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주의자 워턴은 지저분한 올빼미의 집을 청소하고, 차를 끓이고 이야기를 건넨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올빼미는 차츰 마음을 열고 워턴에게 “오늘 밤에도 차 끓일 거야? 어쩌면 나도 차 마실지 몰라”라며 그 시간을 기다린다. 물론 아직 두 사람이 친구가 되려면 많은 우여곡절이 남아 있지만.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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