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부와 권력의 열쇳말, 매개

등록 2015-10-29 20:51수정 2015-10-29 22:09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매개하라
임춘성 지음/쌤앤파커스 펴냄(2015)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지난해 9월 일본 최고 부자 자리에 다시 올랐다. 그가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을 밀어내고 1위 자리를 되찾게 해 준것은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이었다. 손정의는 2000년 제리 양 야후 창업자의 소개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만났는데, 그의 사업계획만 듣고 선뜻 2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손정의는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2314억달러에 이른 알리바바의 지분 30% 남짓을 갖고 있다.

알리바바는 체계적인 상품정보를 제공하며 중국 내 1500만개의 중소기업을 전세계 680만 곳의 바이어와 연결하는 회사다. 이를 바탕으로 소셜코머스, 고객간 전자상거래(C2C),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로 업역을 확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획득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 유통, 관광 등의 사업을 결합해 나가고 있다.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이 일약 글로벌 경제무대의 신데렐라로 떠오르는 것에서 보듯 매개가 비즈니스의 황금률이 됐다. 손안에 들어온 컴퓨터와 통신기술은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심지어 사람과 물건 사이를 이어주고 변용하는 매개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스마트폰만 해도 애플은 공장 없이 세계에 흩어진 부품업체와 조립업체를 조직하고 관리만 하는데도 직접 생산하는 삼성전자보다 훨씬 큰 이익을 내고 있다. 전국의 짜장면·치킨·족발집을 망라한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앱, 전국의 모텔과 펜션을 연결한 숙박앱, 에어비앤비·우버택시·카카오택시 같은 사업도 다 매개 비즈니스이다.

<매개하라>(Go-Between)는 매개가 중심이 된 세상의 원리와 특징을 정리해 보여준다. 매개자의 종류를 필터, 커뮤니케이터, 에이전트, 어댑터, 컴바이너, 매치메이커, 코디네이터, 모빌라이저 등 8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어느 상황에서 어느 것들이 적용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단순히 산업·기술적 측면만이 아니라 문화와 철학 용어를 섞어가며 설명을 시도한다. 그렇다고 어렵지는 않고 차 마시며 얘기하는 정도의 평이한 서술이다.

‘매개’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둘 사이에서 양편의 관계를 맺어줌”이라고 되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그다음에 나오는 철학적인 설명인데 “헤겔의 변증법에서는 어떤 사물이 존재할 조건이 되는 일. 모든 사물이 따로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타자(他者)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보았다”는 설명이다.

개별적인 존재를 세상의 기본단위로 보는 서양과 달리 동양은 ‘관계’를 존재의 본질로 보아왔다. 이 책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사색을 인용해 “개별 존재의 의미와 역할은 그것이 맺고 있는 관계망 속에서 상대적으로 규정되고, 관계로 규정된 이후에 비로소 존재하게 된다”고 관계의 의미를 밝힌다. ‘나’라는 사람은 어느 회사의 과장이고, 누구의 남편이며, 어느 학생의 아버지로 의미지어진다는 것이다.

이봉현 편집국 미디어전략 부국장
이봉현 편집국 미디어전략 부국장
매개가 생활의 원리로 부각되는 세상은 존재보다는 관계가, 소유보다는 통제가 부와 관력의 실체가 되는 세상이다. 고객은 언제까지 똑같은 고객이 아니며 회사도 같은 회사가 아니다. 언제 무엇을 한 회사라는 자부심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지금부터 어떻게 고객과 연결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할 수 있느냐가 살아남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를 가르게 된다.

이봉현 편집국 미디어전략 부국장 bh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한드에 일본 배우, 일드엔 한국 배우…흐려지는 ‘드라마 국경’ 1.

한드에 일본 배우, 일드엔 한국 배우…흐려지는 ‘드라마 국경’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2.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3.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현금다발 든 돼지저금통 놓고 운동회?…‘오징어게임2’ 예고편 4.

현금다발 든 돼지저금통 놓고 운동회?…‘오징어게임2’ 예고편

[영상] 무심한 듯 일어나 ‘삐끼삐끼’…삐걱대는 너만 몰라 5.

[영상] 무심한 듯 일어나 ‘삐끼삐끼’…삐걱대는 너만 몰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