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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보로가 맛있던 그 빵집이 왜 문을 닫았지?

등록 2017-01-26 18:08수정 2017-01-26 19:15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진보와 빈곤
김윤상·박창수 지음, 헨리 조지 원작/살림(2010)

며칠 전까지 다니던 동네 빵집이, 미용실이, 커피숍이 문을 닫았다. “아니 손님이 웬만큼 있던데 왜 그만뒀어요?” 안타까운 물음에 옆 가게 주인은 “어지간히 장사해서는 임대료 내고 남는 게 없어요”라고 한다.

목이 좀 괜찮으면 임대료가 짓누르고, 목이 안 좋으면 장사가 안 돼서 고되고, 자영업자의 고단함은 시시포스처럼 끝이 없다. 전철이 새로 개통되거나 북촌, 서촌처럼 동네가 좀 떴다 싶으면 임대료가 뛰어 토박이가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진다. 길은 정부가 냈고 동네가 뜬 것은 여러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인데, 단물은 왜 늘 건물주 차지일까?

자영업자뿐이겠는가? 아파트 매매, 전세, 월세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돈은 내가 벌고, 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든다. 빈익빈의 불평등은 분명 부동산 문제에 뿌리내리고 있다.

찾아보니 2015년 1월1일 기준 전국 땅값(공시지가 기준)은 4275조 1천억원이다. 1년 동안 200조원이 올랐는데, 상승분만으로 5천만 국민 한사람당 400만원씩 나눠줄 수 있는 금액이다. 땅값은 그 10년 전인 2005년에 견줘서는 2천조원이 올랐으니 해마다 200조원씩 오른 셈이다.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생기는 엄청난 부는 어디로 갈까? 한국은 토지 소유의 편중이 심해 부동산 불로소득이 아주 일부 계층에 돌아간다. 전국 토지의 66%를 10%의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토지(와 건물) 소유만으로 소득이 생기고, 그런 권리를 세세손손 상속하는 것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걸 가장 통렬히 비판한 사람은 100년 전 미국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이다. 독학으로 경제학을 깨친 헨리 조지는 대표작인 <진보와 빈곤>에서 생산력이 증가하는 진보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으로 사는 빈곤이 생기는 것은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지주가 지대를 독차지하기때문이라 봤다. 그리고 이를 합법화하는 토지사유제가 근본문제라 봤다. “자연은 노력한 결과 이외에는 인간에게 어떠한 소유나 통제력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노력이 수탈되는 사회는 발전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토지를 몰수해 공유화하자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지대를 정부가 환수해 사회가 공유하고 다른 조세를 면제하는 ‘지대조세제’를 실시하면 모순이 해결된다고 봤다.

<진보와 빈곤>은 애초 책을 내줄 출판사가 없어 헨리 조지가 자비로 출간했으나 이후 폭발적인 호응을 받아 10여개국에서 번역이 됐고 19세기 말까지 영어로 쓰인 논픽션 분야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 됐다. 여기 소개하는 책은 <진보와 빈곤>을 일반인도 쉽게 읽게 두 국내 전문가가 풀이한 책이다.

며칠 전 한 대선주자가 토지사유에 따른 불평등 문제를 들고 나왔다. 국토보유세를 부과해서 이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문제를 에둘러 가지 않고 정공법으로 제기한 셈인데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다. 참여정부 때의 종부세도 “세금 폭탄”이란 공격에 시달리다 흐지부지됐다.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종부세 낼 일이 없는 이들까지 이런 프레임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이봉현 편집국 미디어전략 부국장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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