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자격’ 따져묻는 남성중심 사회
‘성적 자기결정권’ 개념 오용하거나
‘비트랜스여성’ 대상 폭력만 보기도
가해 처벌 넘어 ‘미투 이후’ 고민할 때
‘성적 자기결정권’ 개념 오용하거나
‘비트랜스여성’ 대상 폭력만 보기도
가해 처벌 넘어 ‘미투 이후’ 고민할 때
정희진 엮음, 권김현영·루인·정희진·한채윤 지음/교양인·1만2000원 “일반 국민으로서 냉정하게 판단해봅시다. 절대 공감하는 미투(는) 심석희, 서지현 검사님. 절대 공감하지 않은 미투(는) 양예원, 김지은”(gwan****). 지난 7일 ‘비공개 촬영회 성폭력’ 기사에 달린 한 포털사이트의 댓글이다. 이 글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와 지위, 섹슈얼리티를 타자가, 주로 남성이, 얼마나 쉽게 재단하고 규정지을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남성이 여성의 가치를 정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들은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보호해야 할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을 구별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니며 이를 통해 여성을 통제”(정희진)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재확인해준다. 해당 기사에 달린 1000개가 넘는 댓글 가운데 이 글은 4000회가 넘는,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다. 실제로 미투 운동이 1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사회는 고발자의 자격을 끊임없이 구분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해왔다. 대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행위가 일상과는 거리가 먼 폭력성을 띨수록 피해 생존자들에겐 ‘마땅히 고발할 자격’이 부여됐다. 성폭력을 일부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일탈로 축소하고 분리할 수 있을 때 오랜 시간 공고해진, 그리고 현존하는 남성연대가 계속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나 평등을 부르짖었던 진보 남성 정치인들의 민낯이 드러났을 때 이 연대는 성폭력을 “큰일 하는 남자의 사생활 문제”, “좌절된 사랑 때문에 생긴 복수”(권김현영) 정도로 치부함으로써 불균형한 권력 구조에 눈을 감는 걸 가능하게도 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2심 선고 공판을 방청하려던 여성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들머리에서 경찰에 제지 당하자 법원을 향해 ‘유죄’라고 쓴 ‘레드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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