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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슬럼 / 이영재

등록 2020-02-14 05:59수정 2020-07-03 11:06

슬럼 

이 영 재

연약한 하늘색을 어슬렁대본 적이 있다
무결한 사람에 들어 있는 사람을 구출할 수 없다
옥수수와 참치
옥수수와 참치
통조림을 먹으며 구덩이를 파고 싶은 기분이 든다
슬럼프 안에 담겨 있으면 포근하다
삐뚤빼뚤 열린 하늘을 본다 부피를 본다 색을 본다 경계를 본다 무결을 본다 연 대로 열린 대로
보이는 걸 보고 있다 올려다보는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을 구태여 하지 않는다
보다가
본다
운명을 믿는 사람을 보고 있다
시간이 불타는 걸 보고 있다
포로들은 멈춘 버스에서 단잠 중이다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시집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창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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