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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류’ 이전에 ‘월류’ 있었다

등록 2020-07-17 05:59수정 2020-07-17 10:45

1862~1945, 한국과 베트남의 조우: 교류, 소통, 협력의 중층적 면모

윤대영·응우옌 반 낌·응우옌 마인 중 지음/이매진(2013)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박항서 감독 덕분에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 것은 물론, 한국 자동차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는 뉴스가 있었다. 한류는 아이돌 그룹으로 대표되는 케이(K)팝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 중이고 새로운 버전으로 변용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사실 ‘한류’라는 표현의 이면에는 근대 이후 억눌려 있었던 민족적 자긍심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문명 교류도 일방적일 수 없으며 교차하고 횡단하면서 환류하는 것이다. 실제로 구한말 한반도에서는 ‘월류’라고 할 만한 베트남 바람이 불기도 했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에서 펴내고 있는 ‘한국-아시아 문명교류사’ 시리즈는 세계사의 일부로서 아시아는 물론 한국의 역사를 대중적이면서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기획이다. 지금까지 한국과 베트남에 대한 연구는 주로 근대 이전의 전통 시대와 베트남 전쟁을 전후한 시대에 집중된 측면이 있었지만, 이 책은 1862년부터 1945년까지, 다시 말해 구한말에서 해방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한국과 베트남, 베트남과 한국 사이에 일어났던 교류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동아시아 건국신화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매우 예외적으로 동물을 시조로 두고 있다. 한국의 단군은 곰을 어머니로 두고 있고, 베트남의 시조인 락룡군은 어머니가 용이며, 두 나라 건국자 모두 난생설화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던 두 나라가 역사적으로 연결된 것은 중국 한 무제가 펼친 정복전쟁의 결과였다. 한 무제를 통해 양국은 중국 문명의 판도 안에서 살게 되었고, 문자가 동일해졌고, 의복이 유사해졌으며 수레바퀴의 폭과 도량형이 통일되었다. 그러나 이 시대 양국의 문명 교류는 매우 제한적인 형태로 이루어졌고, 양국이 본격적으로 교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서구 근대와의 만남 이후의 일이었다.

이 책은 근대 이전까지 중화질서 안에서 공존하고 교류하던 양국이 서구 근대 앞에서 엇갈리고 다시 만나는 중층적 과정을 살피고 있다. 19세기 중반에 시작된 프랑스의 극동원정은 베트남과 한국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조선에 프랑스의 침입은 ‘병인양요’라는 일회적 사건으로 그쳤고, 쇄국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빌미가 되었지만, 베트남의 경우엔 종주국을 자임하던 중국(청)이 조선과 베트남을 두고 저울질하다가 1885년 프랑스와 톈진조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식민지 보호국의 길을 걷게 된다. 한국 최초의 근대 신문인 <한성순보> 제1호(1883년 10월31일자)와 2호에 당시 베트남 상황을 상세히 전하고 있을 만큼 구한말 조선은 베트남의 식민화 전개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옥균 등 급진개화파가 갑신정변(1884년)을 시도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베트남에서 진행 중이던 청불전쟁에서 궁지에 몰린 청국이 조선에 개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근대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조선과 베트남의 역사는 서로에게 긴밀한 영향을 끼쳐왔지만, 대중적으로 읽을 만한 책이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1862~1945, 한국과 베트남의 조우>로 양국 교류의 역사를 살펴보는 첫 걸음을 삼는 것은 괜찮은 시작일 것이다.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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