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김 경 인
모든 것을 잊고 그는 읽기 시작했다. 김종삼 좋지? 좋아. 김춘수는? 그도 좋지. 봄이군. 전봉래도 전봉건도 다 좋아. 그는 담배를 물었다. 산등성이에 왜가리들이 하나둘 돌아와 앉았다. 산이 드문드문 지워지고 있었다. 죽은 왜가리 소리가 들렸다. 미래의 소리 같군. 그러나 새들에게 영혼을 물을 수는 없어. 나도 알아. 한 단어와 다음 단어 사이에서 그는 잠시 숨을 멈춘다. 왜가리가 활짝 날개를 폈다 접었다. 그렇지만 새들에게 영혼은 없다고. 비유가 익숙한 세계에 그는 있다. 그는 다시 읽기 시작했다. 죽은 사람들은 어쩐지 아름다워. 그래. 그렇지만 이제부터 물의 비유는 절대 쓰지 말자. 그래. 그래. 아무것도 잊어서는 안 돼. 정말 봄이라며? 응. 우리는 여기에 있지? 그래, 여기에 있지. 산으로부터 어스름이 몰려온다. 봄이군. 그가 울기 시작했다.
-시집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문학동네)에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