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그늘에서 마 종 기
봄꽃을 넋 놓고 보는
애잔한 마음아,
빨리 늙어라.
먹구름보다 무거운
이별도 참을 수 있게.
봄비의 한숨도
가슴 아파지는
안개의 여운도
아무도 적시지 마라.
만남도 헤어짐도
긴 잠이 들게.
바람 불자 쓸려간 꽃은
어디를 헤매며 울까,
불면의 향기만
어둡게 퍼지고
대답이 없는 길,
부디 잘 가시게.
-시집 <천사의 탄식>(문학과지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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