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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뒷모습의 시

등록 2020-12-18 04:59수정 2020-12-18 09:21

뒷모습의 시

최 정 례

나는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고

너는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지나갔다

언덕이 각도를 세워 기울고 있었다

아니, 언덕이 길어지며 다시 눕고 있었다

몇걸음 가다가 뒤돌아보았다

너는 등을 보이며 계속 가고 있었다

꿈속에서 지나가던 너처럼

정말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이 같았다

-시집 <빛그물>(창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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