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
2019년 12월10일 미얀마 양곤에서 시민들이 아웅산 수치의 얼굴 사진을 들고 지지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수치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열린 로힝야족 집단 학살 사건 관련 재판에 참석했다. 양곤/AFP 연합뉴스
버틸 린트너 지음, 이희영 옮김/아시아네트워크(2007) 지난 2020년 11월 총선에서 버마(미얀마) 민중들은 민족민주연맹(NLD)에 선거 가능한 75% 의석 중 무려 83.2%의 지지를 몰아주어 전체 의석의 62.4%를 확보하게 만들었다. 새롭게 헌법을 개정하고 버마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시작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었던 것도 잠시, 2021년 2월1일 쿠데타가 일어나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정부 각료들이 구금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아웅산 수치는 민주화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한때 간디에 버금가는 성자로 추앙되었다. 각국의 정치지도자들, 특히 미국과 영국이 그를 높이 평가했다. 수많은 단체에서 인권상을 수여했고, 노벨평화상을 탔다. 그러나 2017년 로힝야 난민사태가 벌어지자 이에 실망한 영국과 미국에서 아웅산 수치에게 주어졌던 명예시민 자격을 박탈하거나 수상을 취소했다. 가끔 국제학술세미나 또는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세계적인 석학에게 한반도 상황에 대해 묻거나 답하는 것을 듣노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자기 분야에서는 전문가이고 석학이겠지만 한국, 한반도 상황에 대해 그리 잘 아는 것은 아니며 때로 자신이나 자국의 이해를 우선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개인은 물론 국가나 민족 역시 역사와 문화, 사회적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경계 밖의 외부인으로서 발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상황과 마주하게 될 때마다 결국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최근 버마 소식을 지켜보며 말하기 두려운 이유도 그것이다. 외신기사 한 줄로는 미처 알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비극의 역사가 스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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