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영 지음/후마니타스·1만4000원
유인애 지음/굿플러스북·1만4000원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가슴에 묻은 아들과 딸. 어떤 부모라도 먼저 보낸 자식을 애도로 간직하겠지만, 이들의 슬픔은 사회적 슬픔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을 나직히 고백하여 승화해 내는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하늘빛 표지를 입은, 고 이한빛 피디의 어머니 김혜영씨가 쓴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와 안산 단원고 2학년 2반 고 이혜경양의 어머니 유인애씨가 지은, 연두와 노란 빛이 만발한 <그리운 길은 참으로 모질다>가 그것이다. “한빛 장례를 치르고 매일 한빛 방에 들어가 있었다. 침대에 누워 한빛 체취가 남아 있나 숨을 한껏 들이켰다. 책상을 닦고 문구용품들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읽다 만 책에 예쁜 포스트잇을 붙였다. 한빛이 금방 책상에 앉을 것처럼.” 어머니는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자책도 멎지 않는다. “그냥 평범하게 술렁술렁 살았어야 했는데” 전교조 소속 해직교사였던 김씨의 남편은 자신이 “한빛의 마지막 선택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스스로를 탓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 손을 잡고 전교조 시위와 행사에 다녔던 어머니 역시 자책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가족들과 영화 보고 저녁 먹고 일상을 나누고 방학이면 해외여행을 다니는 삶을 왜 살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한빛은 아직 우리 곁에 있을까,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이 어머니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아들의 유서는 이랬다. “하루 20시간이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 가긴 어려웠어요.” 아들은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도 적었다. “구의역에 갔다. (…) 생을 향한 노동이 오히려 생의 불씨를 일찍, 아니 찰나에 꺼뜨리는 허망함. (…) 얼굴조차 모르는 그이에게 오늘도 수고했다는 짧은 편지를 포스트잇에 남기고 왔다. ‘오늘’이라 쓰지 않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기에 오.늘.이라고 힘주어 적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닦고 일어서야 했다. “한빛이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숙제를 눈곱만치라도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나를 다그쳤다.” 유인애씨는 “혼자서 이겨 내는 연습을 한다지만 이겨 낼 재간이 있는 아픔이 아니”다. “세상이 변해도 가슴에서 울어대는 딸 이름. 마음속에서 그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는, 항상 뇌리에 떠나지 않는 그리움은 변하지 않은 채 나와 함께 있다.” 수시로 그때 그날을 사는 어머니의 가슴은 멍울투성이다. “그날 아비규환 속 어린 딸에게 가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딸아이를 데려온다. 내 손만 뻗어도 금방 안전하게 데려온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한 보폭도 되지 않고, 그 넓은 바다도 성큼성큼 달음박질하여 위기에 처한 내 딸을 데려온다.” 그 끝은 늘 회한이고 안타까움이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다. 딸은 어머니의 기억을 되살리며 위로한다. “처음으로 발음된 엉성한 음, 마” “낯가림에 울며 부르던 엄, 마” “먼발치 길에서도 알아듣게 냅다 엄, 마. 엄, 마” “이 부족한 엄마 뭐 그리 좋다고 따뜻한 정 담아 살그머니 엄, 마” 그리고, “수학여행 가는 날 아침, 설거지하는 등에 대고 마지막 엄, 마.” 딸이 부르는 목소리를 글로 기록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아직도 편치 않다. 아직도 세월호 얘기냐는 말이 나올까 봐서다. 하지만 유인애씨는 “‘네,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를 더 해야겠습니다’라고 답해드리고 싶다”고 적었다. “가족을, 친구를 잃고 마음속 이야기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 쓰다 보면 그리움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닿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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