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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일본 ‘관계인구’ 정책에서 실마리 찾을까

등록 2021-08-28 15:43수정 2021-08-28 16:33

[한겨레S] 커버스토리
변화하는 인구정책

저성장으로 등록인구 증가 현실적 장벽
지역과 관계 맺는 다양한 인구들 주목
일본 도쿄의 번화가. 픽사베이
일본 도쿄의 번화가. 픽사베이

복수 거점 생활을 하는 듀얼라이프족은 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주요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두 도시를 오가며 생활하는 이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인구 양극화’ 문제에서 전통적 접근법이던 ‘대도시 대 지방’이란 대립 개념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지역 활성화를 위해 정주인구가 아니더라도 해당 지역에 관심과 호감을 갖고 꾸준히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 주목한다. 지난해 학술지 <지역사회학>(21호)에 실린 논문 ‘일본의 ‘관계인구’ 개념의 등장과 의미, 그리고 비판적 검토’(류영진)를 보면, 일본에서는 몇년 전부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반드시 정주인구를 늘릴 필요가 없다는 발상이 등장했다. 2017년 일본 야마나시현은 ‘야마나시 링키지(linkage·관계) 프로젝트’를 내놨다. 야마나시현을 지지하고, 경제적 공헌이 높으며, 지역에 애착과 귀속의식이 있는 사람을 ‘링키지 인구’라고 정의하고, 이중 지역 거주자, 야마나시현 출신 귀향자, 관광객 등을 6만명 수준으로 증가시키자는 목표를 설정했다. 링키지 인구가 지역 내에서 머문 시간과 소비액이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인구 몇명분의 경제적 효과를 낳는지를 연구해 정책에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메이지대학 오다기리 도쿠미 교수는 ‘관계인구’ 개념을 이론적으로 정립했다. 애초 어떤 지역에 전혀 관심이 없던 이들이 그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경우, 최종 이주까지 다양한 단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특산품 구입부터 지역에서의 봉사활동이나 기부, 빈번한 방문, 체류형 관광, 두 지역 간 거점 생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모두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그의 이론은 지자체들이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해 정책 대상이 어떻게 세분화돼야 하는지, 다양한 인구를 포용하려면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는지 알게 해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일본 야마나시현 풍경. 야마나시현 페이스북 갈무리
일본 야마나시현 풍경. 야마나시현 페이스북 갈무리

일본 총무성은 오다기리 교수를 좌장으로 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2018년부터 정부 정책에 관계인구 개념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총무성이 추진한 ‘관계인구 창출 및 확대 사업’을 통해 2018년 지자체 30곳, 2019년 44곳에서 관계인구와 관련된 인구유입 사업을 확대했다. 또 총무성은 관계인구 포털사이트를 개설하고 지역으로부터 관계인구 창출 사업을 신청받아 지원하고 있다. 류영진 기타큐슈시립대학 지역전략연구소 특임준교수는 ‘지역사회학’ 논문에서 “주민등록 인구를 늘리는 양적 의미의 정주인구는 지속적 발전을 가정하는 성장시대의 개념에 가깝다. 저성장의 시대이자 삶의 질과 균형을 찾는 시대에서 인구 개념은 다각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머물거나, 정기적으로 오가는 사람, 지역상품의 꾸준한 구매자, 심리적 지지자 등을 모두 해당 지역에 ‘관계된 인구’로 보고 이들을 늘리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지난 5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정책이슈리포트 ‘관계인구를 활용한 인구유입방안’을 보면, 관계인구를 적극 고려한 국토균형발전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소영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균형발전상생센터장은 “많은 분들이 지방 이주를 결정하기 전에 우선 관심을 갖고 잠깐씩 머물다가 최종적으로 이사할지 결정한다”며 “지난한 주민등록 인구 증가만 바라보기보다 관광객, 유동인구, 지역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등 지역 활성화 정책의 대상을 폭넓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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