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작가(48)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이하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IBBY)는 2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개막에 맞춰 연 기자회견에서 이 작가를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작가가 안데르센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수지 작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기에 아직 얼떨떨하다”며 “더할 나위 없이 큰 영광이며, 동시대의 어떤 흐름 안에서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 “수상이란 작가 혼자 잘해서 받는 상이 아니라 뒤에서 도와주신 여러분과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그림책이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함께 애써주신 그림책 동네에 계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안데르센상은 덴마크의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기념하기 위해 1956년 만들어진 상으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글 부문에 1명,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1명에게 2년에 한번씩 수여된다. 특정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전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주최 쪽은 “아동문학에 중요하고 지속적인 기여를 한” 작가에게 수상한다고 밝히고 있다. 역대 수상 작가로는 모리스 센닥, 퀜틴 블레이크, 앤서니 브라운, 토베 얀손, 에리히 캐스트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아니 로다리 등이 있다.
이번 선정 과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지원 평론가는 “꿰뚫어볼 수 없는, 신비하고도 수수께끼에 쌓인, 그러나 살아있는 기쁨과 희망으로 차 있는 존재로서의 어린이를 이해하고, 그 어린이를 언제나 자신의 작품의 중심점으로 삼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작가로서의 이수지의 면모가 높이 평가됐다”고 밝혔다. 또 “많은 예술가들이 책의 물성에 주목하며 이를 이용한 작업을 해 왔으나 그 예술성이 즉각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아주 어린 독자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서의 그림책의 장르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이수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이수지 작가는 1996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캠버웰예술대에서 북아트 석사 과정을 밟았다. 직접 쓰고 그린 책으로는 <여름이 온다> <그늘을 산 총각> <강이> <선> <거울속으로> <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 <동물원> 등이, 그린 책으로는 <물이 되는 꿈> <우로마> <이렇게 멋진 날> 등이 있다. 이 작가는 지난 20여년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국제적으로 지속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달 22일에는 <여름이 온다>가 역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인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도 중국 작가 차오원쉬안의 글에 이 작가가 그림을 그린 작품 <우로마>로 같은 상을 받았다. <이 작은 책을 펼쳐봐>로 보스턴글로브 혼 북 명예상을 수상했고, <파도야 놀자>와 <그림자놀이>는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에 선정됐다. <강이>는 그림책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이 작가는 2016년에도 한국 작가 최초로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이 작가의 수상으로 한국은 안데르센상 수상자를 배출한 28번째 국가가 됐다고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는 전했다.
안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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