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베네치아 비엔날레 시상식장에서 최고작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아들고 웃음 짓고 있는 시몬 레이. 베네치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세계 미술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올해 국가관 전시에서 최고상은 영국관이 가져갔다. 59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23일 베네치아 시내의 주스티니안 궁전에서 개막식을 겸한 시상식을 열어 영국관이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수상관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영국관은 흑인 예술가인 소니아 보이스의 다채로운 영상과 노래, 음성 작업들을 융합시킨 공간 연출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현재의 국가관 시상제가 시행된 1985년 이래로 영국관이 최고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다른 황금사자상인 최고 작가상은 미국관에 사상 처음 흑인 여성 작가로 단독 출품한 시몬 레이의 품에 돌아갔다. 시몬 레이는 지난 수세기 동안 이중 삼중의 억압을 받아온 서구 흑인 여성들의 지난한 삶을 아프리카의 토속적 분위기가 풍기는 조형물로 담아내 이번 비엔날레의 미국관과 본전시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았다. 이로써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대표하는 두개의 황금사자상을 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 예술가들이 모두 차지하는 특기할만한 기록이 세워졌다.
아프리카 우간다관과 프랑스관은 ‘주목할 만한 언급상’을 받았다. 우간다관은 ‘그들은 제때 꿈을 꾼다’는 주제로 그들의 전통 공동체가 시대적 변화 앞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유지하며 대응하는지에 대한 내용들로 전시를 꾸렸다. 카스텔로 공원의 상설국가관은 물론 아르세날레의 국가관 권역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시내 작은 공간을 빌려 작품들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2019년 리투아니아관 못지않은 파격적 수상 결과로 꼽힌다. 나우모 줄리아나 아코료가 커미셔너를 맡고 큐레이터 샤힌 메랄리와 작가 카예 케루넨, 콜린 세카주고가 출품했다. 프랑스관은 이 나라 국가관 사상 처음 알제리 출신 지네브 세디라 기획자가 전시 감독을 맡아 반식민주의 투쟁의 기억이 녹아든 영화 소품들을 실제 촬영현장처럼 펼쳐 눈길을 모았다.
23일 열린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시상식에서 국가관상 수상관으로 결정된 영국관의 작가 소니아 보이스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누리집 갈무리
평생공로상은 칠레 출신의 원로 여성주의 작가인 세실리아 비쿠냐와 독특한 개념적 설치작업을 해온 독일의 여성 거장 카타리나 프리치가 받았다.
베네치아/글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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